참 이상하게 시작한 하루였다.
새벽기도회에 갔던 아내에게서 전화가 왔다. 시간되어 들어 오면 되는 일인데… 이럴 땐 좀 불길하다. “동네 입구에서 경찰들이 집엘 못 들어 가게 하네, 어떡하지?” 아내의 뜬금없는 소리에 내 대답은 퉁명스러웠었다. “뭔 소리야? 아침부터… 그냥 가게로 가!, 난 시간되면 나갈게!” 아내의 목소리가 커졌다. “그냥 나와요! 토요일인데… 한 차로 가면 되지!
봄비는 왜 그리 거센지? 이른 아침 우산을 바쳐 쓰고 터덜 터덜 걷는 길, 동네 입구에서 자동소총을 내게 겨눈 경찰을 보며 두 다리가 후들 거린다. 중무장한 경찰이 한둘이 아니다.
경찰 하나가 내게 묻는다. ‘어디서 어디로 가는 길이냐?’고. “조기~ 우리 집에서 나와, 요 입구에서 나를 기다리는 내 마누라에게 가는 길이다. 가게 일 나갈려고…”
그렇게 시작된 아침이었다.
세탁소 경력 30년, 이즈음 내 신조 가운데 하나, ‘손님과는 절대 다투지 않는다’. 아뿔사, 오늘 아침 가게에서 그걸 깨 버렸다.
일이 손에 안 잡히고 답답해, 그냥 가게를 나섰다. 동네 저수지 길을 걸으며 깨닫다.
‘쯔쯔, 그저 한걸음 비껴서서 보면 다르게 보일 일인데…’
가게로 돌아와 뉴스 검색을 해보니 총기 자살을 시도하려는 어느 사내로 하여 내가 사는 평화로운 동네가 어수선 하였단다.
‘쯔쯔쯔… 봄인데… 한걸음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