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금요일(聖 金曜日) 밤, 다석(多夕) 유영모(柳永模) 선생님의 생각을 꺼내 곱씹다.
‘때’가 이른 것은 ‘때가 왔습니다’할 때가 아니라, ‘이제’의 ‘이’ 소리가 나오는 때입니다. ‘이’라고 할 때도 실상은 과거가 됩니다만, 누가 물어도 대답할 수 없는 것이 ‘이제’입니다.
우리는 이 ‘이제’를 타고 가는 목숨입니다.
이제가 이제, 이제, 이제, 자꾸 계속 되어도 났다 죽었다 하는 이 이제가 영원입니다. 이것이 우리 인생입니다. 그런 뜻으로 보면 우리의 모든 것은 처음이자 마지막인 것입니다. 새로 나오자 마지막이 되는 것입니다.
이제, 지금, 오늘이 귀하고 아름다움에 감사하다.
나의 ‘이제’ 뿐만 아니라 아내와 부모와 자식과 이웃들… 그렇게 귀하고 아름다운 ‘이제’를 누리는 사람들의 지경을 넓혀갈 수만 있다면…
기적처럼 집으로 돌아와 엊그제 생일 케익 앞에 앉으신 어머니와 앞 뜰에 핀 봄이 ‘이제’에 대한 감사를 북돋다.
성 금요일과 부활 아침 사이엔 셀 수 없이 많은 ‘이제’들이 있을 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