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나들이

어머니나 장인이나 아직 현실과 꿈 사이를 이따금 오락가락 하시지만 두 분 모두 계셔야 할 곳에 계서 모처럼 마음이 편하다.

어제 한 달 만에 병원에서 집으로 돌아 온 어머니는 ‘얘야, 오이 김치 담궈 줄테니 밥 먹고 가라!’셨다. 아직 밥 두어 술 넘기기도 벅차신 양반이 오이 김치를 잡숫고 싶으셨나 보았다. 엊저녁엔 병원에서 요양시설로 다시 돌아오신 장인 방을 장식할 사진들을 찾아 골랐다.

아침 잠자리에서 뭉개 보기는 참 오랜만이다.

평소 어머니의 바램 대로라면 주일인 오늘 아침, 나는 교회에 나가야 마땅할 일이었다만 필라로 향했다.

DSC05001

차량이 꼬리를 이어 달리는 도시 나들이는 내게 그리 즐거운 일은 아니었지만 다 내 맘 하나 편하자고 나선 길이었다.

<세월호 참사 5주기 – 필라델피아 추모/ 기억 공간>라는 이름으로 모이는 행사에 머리 수 하나라도 채워야 맘이 편할 것 같아서였다. 그리고 그 선택은 옳았다.

DSC05012DSC05044 DSC05045 DSC05046 DSC05050 DSC05053 DSC05055 DSC05058 DSC05062 DSC05064 DSC05065 DSC05072 DSC05076 DSC05078 DSC05081 DSC05085DSC05088반찬 가게에 들려 오이 소박이 김치와 어머니 입 맛에 맞을 만한 국 몇 가지 사 들고 돌아 오는 길, 내 맘이 참 편했기 때문이다.

이즈음 한국 소식들 가운데 내 관심을 끈 것들 중 하나는 도올 김용옥이 나서 이끄는 일련의 한국현대사 해석이다. 딱히 김용옥선생이 새롭게 꺼낸 목소리는 아니다. 김용옥선생의 목소리로 하여 조금은 더 넓게 ‘그 때 그 시절의 진실’들이 퍼져 나갈 수 있는 오늘은 ‘그 시절을 그저 기억하고 살아 온’ 이들 때문에 맞이하게 된 것 일게다.  그 생각에 이르러 편해진 마음이다.

어머니는 오락가락 하시는 자신의 모습이 아직은 많이 낯 선 모양이다. 나는 ‘엄마, 다 좋아, 괜찮아, 이젠 넘어지지만 않으면 돼!’를 반복한다.

집에서 낮잠은 정말 오랜만이다. 내 방 창 밖에도 어느새 봄이다.

DSC05098

어쩜 내가 사는 오늘이 늘 봄이 아닐까? 감히 역사에.

DSC05034

봄 편지

모처럼 느긋한 주일 아침이다. 내 맘을 아는지 시간조차 느리게 흐른다.  간만에 넉넉한 마음으로 가게 손님들에게 편지를 띄우다.

DSC04964

지난 한달 여 긴장 속에서 시간을 보내다  모처럼 아주 느긋하게 여유 있는 일요일 아침을 맞는답니다.

Long term care 시설에 계시는 장인이 병원 응급 환자로 옮기셨다 딱 일주일 만인 엊그제 상태가 좋아져 다시 시설로 돌아 오셨답니다. 어제는 딱 석 주 동안 병원에 입원하셨던 어머니가 일주일 간 의 재활원 생활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 오셨답니다.

게다가 아시다시피 가게 이전과 마무리를 하느랴고 한 달여 매우 바빳었답니다.

이제 두 노인들도 제 자리를 찾았고, 가게 이전으로 어수선했던 제 일상도 이젠 거의 제자리를 찾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맞는 일요일 아침에 누리는 여유에 정말 감사한답니다.

한 열흘 전 아침, 어머니 병실에서 밤을 지내고 가게 문을 열 때, 문득 눈에 들어 온 하늘을 보며 떠오른 생각들이 있답니다. 삶의 아름다움과 일상에 대해 늘 감사해야겠구나 하는 생각이었답니다.

누구나 살며 아프기도 하고 또 언젠가는 죽음을 맞이하게 마련입니다. 저는 물론이거니와 가족들과 이웃들 모두 겪는 일입니다. 그 모든 삶의 과정들을 아름답다고 새기고 곱씹어 보는 것은 바로 제 자신이라는 생각을 아침 하늘이 제게 가르쳐 주었답니다.

또 다른 생각 하나는 매일 똑같은 생활, 때론 지겹다고 느껴지기도 하는 그 똑같은 일상이 얼마나 감사한 것인지를 생각해 본 것이랍니다.

그날 아침 하늘 풍경에 감사하답니다.

온 천지가 봄입니다.

좋은 계절, 아름답고 감사가 넘쳐나는 하루 하루가 되시길 빕니다.

당신의 세탁소에서

DSC04979

While I was busy and nervous for about a month, today I’m leisurely greeting Sunday morning with ease.

My father-in-law, who had been staying at a long-term care facility, was taken to the emergency center, was recovered in a week and moved back to the facility the other day. Yesterday, my mother, who had been hospitalized for three weeks, moved back home after a week-long rehab treatment.

Furthermore, I was busy completing moving the store, as you might know.

Now, my mother and my father-in-law are recovered and my everyday life, which was disordered, has almost fallen into place. So, I’m really grateful for the relaxed feeling which I’m enjoying in this Sunday morning.

About ten days ago, when I opened the store and looked at the sky after I had spent the previous night in my mother’s hospital room, a couple of thoughts came across my mind. It was that I should always be grateful for the beauty of life and everyday life.

We all get sick in life and have to face death someday. We also must look at our loved ones’ situations of those kinds. What the morning sky taught me was that it would be me who imprints all the courses of life as beautiful and thinks about them over again.

The other thought was that I should realize how grateful I should be for everyday life, though so often I feel that it seems to be a tedious repetition of the same things over and over again every day.

I’m thankful for the sky that day.

DSC04961aDSC04962a

Everything around is shouting that it’s spring.

I wish that you’ll have over-flowing gratitude every day in this pleasant and beautiful season.

From your cleaners.

DSC04976
DSC04987

DSC049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