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하늘

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병원에 계신 장인, 재활원에 계신 어머니, 노인 아파트에서 어머니를 기다리시는 아버님 두루 얼굴 뵙고 오는 게 이 번 주 일과이다.

그렇게 집으로 돌아 오던 길, 쉼터를 찾아가는 거위 떼들과 오늘 할 일 마치고 지는 해를 만나다.

DSC04996
DSC05000

‘때 되면 가야 하는데…’를 입에 달고 사시는 세 노인들과 지내는 이즈음 내 생활을 위하여 멀리 호주에 계시는 홍목사님이 보내주신 60여권의 도서 목록을 받다.

도서목록의 이름은 <죽음 앞에서의 삶에 대한 참고 문헌>.

목사님께서 도서목록을 만든 까닭을 설명하는 말이다.

< 이 참고 문헌들은 ‘시드니 은퇴 목회자 모임’에서 하고 있는 ‘죽음 – 제 3의 이민 ’이라는 주제로 진행하는 ‘성서에 나타난 인물들의 죽음’에 관한 설교 자료를 준비하기 위하여 만든 도서목록…>

‘죽음 – 제 3의 이민 ’이라는 말을 곱씹다.

저녁 하늘 지는 해와 쉼터를 찾아가는 거위 떼들이 주는 푸근한 안식처럼 죽음을 바라볼 수 있다면… 삶은 마지막 순간까지 아름다운 것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