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언제였을까? 기억을 되짚어 본다, 밤은 길고 딱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기억을 더듬으며 시간을 보낸다, 십 년, 이십 년, 삼십 년, 사십 년 전 까지는 기억이 명료하다. 한 해 한 해 더듬으며 오십 년 저쪽 세월을 더듬는다. 여전히 기억에 남아 있지 않다.

갑자기 미간을 찌푸리시더니 거친 호흡을 내 뱉으신다.

육십 년 전을 더듬어 본다, 역시 없다.

어머니는 어느새 다시 편안하신 얼굴로 깊은 잠을 이어 가신다.

어쩌면 어머니와 단 둘이 한 방에서 밤을 보내는 일은  오늘이 처음 아닐까?

어머니는 깊은 잠속에서 아흔 두 해 세월을 넘나드실게다.

행여 정신 맑아지셔 병원 의자에서 쪽잠 자는 내 모습 보시면 벌떡 일어나서 재촉하실 게다.

‘이 눔아! 어여 일어나 집에 가자!’

  1. 20.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