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에

내겐  매우 특별한 저녁이었다.  Delaware Art Museum에서 열린 한국 국악 그룹 Black String 연주회는 분명 내 분에 넘치는 호사였다.

연주회 시작을 알리는 이의 일성은 좀 과하다 싶었다. ‘델라웨어에서 한국의 전통 소리를 듣게 되었습니다.’라는 그의 말이 내겐  ‘이런 시골 델라웨어에서 오랜 전통을 지닌 동양의 소리, 한국의 소리를 듣게 되었습니다.’로 들렸기 때문이었다. 조금 거슬렸던 것은 Korea가 아닌 South Korea라는 지칭이었지만 이내 수긍하였다. 현실이었으므로.

Delaware Art Museum의 메인 홀 150여 좌석을 메운 청중들은 연주회 시작과 동시에 소리에 빠져 들었다.

신기한 것은 다른 청중들이 아니라 내게 일어난 반응이었다. 나는 음악에 대하여는 그야말로 문외한이다. 오늘 같은 행사(내겐 그저 행사일 뿐이었다)는 그저 아내의 채근으로 따라 나섰을 뿐이다. 그런 내가 연주와 함께 내 속의 나와 함께 고개를 까닥이고, 어깨를 들썩이고 발장단을 맞추곤 했던 것이다.

매료!

난 매료라는 말의 진정한 뜻을 오늘 밤 느낌으로 깨달았다. 마지막 연주가 끝나고 청중들의 반응을 보고서였다.

우리 안에 내제된 힘이 비단 소리 뿐은 아닐 듯.

Korea를 다시 생각해 보는 밤에.DSC04709 DSC04710 DSC04715 DSC04718 DSC04720 DSC047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