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치우며

‘이젠 이 집을 떠나야지…’ 눈 치우는 일이 온전히 내 몫인 된 어느 해 겨울부턴가 혼자 중얼거리는 말이다. 다행히 호들갑스런 일기예보와 달리 운동삼아 눈 치우기에 딱 적합할 만큼 내렸다. 집 앞에 쌓인 눈을 치우고 동네 한바퀴를 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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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보다 먼저 이사를 하게 된 곳은 내 가게다. 지난 주에 새 가게 꾸미는 일을 시작하였다. 가게 간판을 주문하면서 많은 생각들이 오갔다.DSC04677정말 막무가내로 시작했던 세탁소였다. 세탁소 일에 대한 경험이라곤 전혀 없었을 뿐만 아니라 세탁소 안에 들어가 구경해 본 적도 없이 시작한 일이었다. 아무리 세탁소 간판만 내걸면 먹고 산다던 호시절 옛일이어도 무모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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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서른 해가 흘렀다. 그 동안 다섯 군데 세탁소를 운영하기도 했지만, 30년 꾸준히 해 온 곳은 지금의 세탁소 한 곳이다. 한 때 우후 죽순으로 생겨났던 주변 세탁소들이 하나 둘 문을 닫더니 이즈음엔 30년 전으로 돌아간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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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탁소, 이젠 일에서 손 놓을 때까지 떠날 수 없는 내 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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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나이에 새로 가게를 꾸미면서 혼자 중얼거리는 기도 세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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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들이 드나들며 기분 좋은 세탁소로 꾸미기, 우리 부부 일터와 쉼터가 공존할 수 있게 꾸미기, 언제든 손 놓을 때 누군가에게 자신있게 넘길 수 있는 세탁소로 꾸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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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내 욕심이 드러나는 기도임에 틀림없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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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하리, ‘이젠 이 집을 떠나야지…’ 하는 생각보다 어쩌다 한 번 묵어가는 아이들 방을 치울 수는 없다는 생각이 더 큰, 내 본래 모습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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