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누린 사흘 연휴도 끝나가는 시간이다. 사흘 동안 한 일이 아무 것도 없는 것 같기도 하고, 생각지도 않았던 많은 일들을 한 것 같기도 하다. 사흘 연휴를 맞아 미리 계획했던 일들은 그저 집적거리만 했을 뿐 마무리된 일들은 하나도 없다. 그러나 연휴를 맞기 직전 맞은 돌발적 상황들에 대해 내가 해야 할 일들은 그럭저럭 잘 해낸 것도 같다.
일테면 장인 어른의 수술과 회복 중에 다시 맞게 된 중환자실 이전 과정이랄지, 이젠 어리광 단계에 들어 선 내 아버님과 함께 한 시간이랄지, 오랜만에 긴 시간을 함께하는 딸아이와의 시간 등을 생각해 보면 참 좋은 연휴를 보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나름 한 해를 정리하는 시간을 보내고자 했던 일들과 코 앞에 다가온 가게 이전에 대한 계획을 마무리 하는 일 등은 관련 자료와 서류 등을 꺼내만 놓은 채 눈길 조차 보내지 못하고 사흘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연휴가 끝나간다는 생각 때문이었는지 피로가 온 몸을 덮쳐 낮에 잠시 졸다가 머리 속에 떠오른 말 ‘임계상태’였다.
물도 아니고 수증기도 아닌 상태, 부글부글 뭔가 터질 듯 한데 그냥 이대로 다시 식어 버릴 것 같은 상태, 그렇게 시작된 생각의 연속으로 뜻 맞는 벗들에게 편지 한 장 띄웠다.
비단 내 개인적 삶에서만 느낄 수 있는 ‘임계상태’는 아닐게라는 생각에서였다.
부모님, 아들 며느리, 딸 그리고 형제들과 조카들 올망졸망한 조카손주들 모두 모여 나눈 성탄 만찬은 풍성했다.
먼저 만찬 자리를 뜬 우리 부부는 다시 병원으로 향했다. 단 몇 분 사이에도 80년 넘는 세월을 맘대로 오고 가며 오늘 일인 양 웅얼거리시는 장인을 뵙고 돌아온 늦은 밤, 내 이메일함에 담긴 성탄 카드 한 장.
My dear friend,
As usual, you are “Right On!”
I am thankful for you, the cleaner, who cleans my clothes.
I am thankful for you, the person, and your dear wife, too, for you are good, kind, thoughtful persons, making a better world,…one interaction, one letter,…at a time.
I am thankful for your letters, which make me think and smile, and think again.
Blessings,
가게 손님 한 분이 보낸 메세지에 연휴가 끝났음을 감사한다.
그래, 임계상태란 무릇 일상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