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음에

어릴 적 어머니는 말했다. “니 놈은 어찌 그리 뻐스만 타면 자냐!”.

“이젠 생각이 나지 않아서…”라는 말씀을 입에 다신 어머니는 이즈음도 뻐스 이야기만 나오면 “아이고, 아범은 뻐스만 타면 졸았어!’라고 하신다.

버스를 뻐스라 하면 늙은이겠지만 어찌하리, 나 역시 이미 늙은이이고 내 입엔 뻐스가 베인 것을.

곰곰히 생각해 보면 어머니와 내가 함께 뻐스를 타곤 했던 기억은 어머니의 친정 곧 내 외가 나들이를 했을 때였다. 내가 혼자서 외가를 찾곤 했던 첫 무렵이 국민학교 오륙 학년 쯤일 터이니 그 이전의 이야기일일 게다.

당시 뻐스는 차체 벽면을 따라 길게 평상의자가 놓여 있었고, 대다수의 승객들은 차안에 서서 가는 형태였다. 신촌에서 한남동을 가는 것이었는데 서울역 어간에서 한 번 갈아 타야만 했었다.

그런데 나는 서서 가거나 앉아 가거나 상관없이 뻐스만 타면 잤단다. 그 복잡하고 시끄러운 곳에서.

그리고 오늘, 나는 동네 백화점 food court에 앉아 또 졸았다. 단지 food court에서만이 아니었다. 샤핑하는 아내를 기다리는 사이 사이 간의 의자에 앉기만 하면 졸았다.

“아이고, 또 주무셨어요?” 아내의 비아냥 반 물음에 난 내게 묻는다.

어머니가 말씀하시는 그 때도  난 느꼈을까?

웅웅거리는 소리와 함께 밀려오는 나른한 잠에서 오는 행복함을.

그리고 문득 눈에 들어 온 백화점 천장 밖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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