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괜찮아!’, ‘아무렴, 괜찮치!’, ‘진짜 괜찮다니까!’ – 연이은 그의 ‘I’m Okay!’ 소리를 나는 그렇게 받았다. 충혈된 그의 눈엔 어느새 눈물이 맺혀 있었다. 나는 그의 손을 잡았다. 내 작은 손으로 그의 큰 손을 잡았다기 보다는 그저 그의 손등에 내 손을 얹었을 뿐이었다. 내 작은 손보다 더욱 안쓰러웠던 것은 그에게 건넬 말 한마디 마땅치 않은 내 짧은 말솜씨였다.
Mr. Early 는 얼추 25년 여 내 가게 단골이다. 성씨 답게 그는 늘 이른 아침에 내 가게에 들른다. 폴란드계인 그들 부부는 자잘한 농담과 일상 이야기로 이른 아침 밝은 웃음을 남기곤 했다. 나보다 몇 살 위인 그는 작은 건축 컨설팅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넌 언제까지 일할꺼니? 난 내년이나 후년에 은퇴할 건데…”라는 그의 말을 들은지 거의 칠 팔 년이 지났건만 그의 같은 농담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 몇 년 동안은 주말에 그의 손자를 앞세우고 내 가게를 찾기도 한다.
그리고 지난 주말 아침, 카운터를 보던 아내가 눈물을 흘리며 내게 전한 말이었다. “어떡해? Early씨 가 왔다 갔는데… 아들이 죽었데….이제 서른 하난데…. 차마 할 말이 없어 뭐라 말도 못했네… Early 부인은 그래도 덤덤한데… 남편이 그냥 우는데….”
가을비가 추적이는 오늘 아침, 충혈된 눈에 웃음을 담고 떠나는 그를 바라보다 눈에 들어 온 가게 밖 풍경.
삶은 때론 참 을씨년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