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조금 과한 노동은 버겁다. 예전에 비할 바는 아니나 그래도 메뚜기 한철이라고 가게 빨래감이 밀린다. 바쁘게 움직이다가 문득 가게 밖에 머문 가을에 끌려 일손을 멈추고 하늘을 담다.
먼저 떠난 어느 천재는 신은 없다고 했다지.
세탁쟁이인 내가 천재의 고뇌와 고백에 고개 끄덕일 수 있음은 그만큼 연식年食이 쌓였다는 증표다. 허나…
그가 신의 자리에 올려 놓은 ‘자연발생적 우연’에서 나는 신을 고백한다. 그런 내 모습에도 나는 고개를 끄덕인다. 그 또한 살아온 연식 탓에.
일테면 사람과 신 사이에서 제 배 채우는 이들이 말하는 신은 없음에 분명하고…
사람답게 살고자 하는 이들이 도움을 청하며 부르는 이름의 신은 분명 있음으로.
하늘을 담는 내게 오늘에 대한 감사를 토해 내게 하는…
오늘 낮에 내겐 신이 함께 했다. 내 일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