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월, 어느 안식일

한 주간 쌓인 피로의 무게에 눌려 엊저녁 일찍 자리에 누웠더니, 몸이 ‘피로의 무게’란 단지 맘이란 놈의 생각 이었을 뿐 아직은 견딜 만하다며 새벽녘에 눈을 뜨다.

어제 필라 지인이 했던 부탁이 떠올라 컴퓨터 앞에 앉다. 오는 11월 6일 중간선거 투표와 입후보자들의 약력과 정책공약 등을 알리는 한글 안내 번역 교정을 보다.

가을 점퍼를 꺼내 입다. 아침 바람이 어느새 차다. 휴일 아침 커피 맛은 일하는 날의 그것보다 깊고 달다.

모처럼 교회 한 번 가지 않겠느냐는 아내의 제안에 따라 나서다. 목사님의 말씀 ‘착하게 살자’. 딱 고만큼의 거리와 간격에서 만나는 이들과의 인사도 때론 살가운 법이다.

오후엔 아내와 함께 가을 길을 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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엿새를 일하고 하루를 쉰 안식일은 역시 신의 한수다.

저녁상을 물리고 이즈음 한국 현대사를 가르쳐 주시는 선생님이 보내주신 해방 이후 빨치산에 대한 연구 논문들을 읽다. 민(民)에 대해 천착하는 연구자의 시각이 가슴에 닿다.

참다운 안식일 하루를 만드는데 사람들이 고민하고 투쟁해 온 역사는 거의 육천년.

우리 세대의 70년 고민은  이제 시작이다.

내일은 손님들이 떨구고 간 빨래감들과 뒹굴 터.

또 다른 안식일을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