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많이 바뀌었다해도 참 창피한 일이다만 오늘은 팔불출이 되련다.
아무리 불출(不出)이어도 감사해야 할 얼굴들은 먼저 기억해 두어야 눈감아 줄 사람 하나 둘은 있지 않을런지.
내가 오늘 감사를 드려야 할 이들은 델라웨어 한인회와 델라웨어 한국 학교를 섬기고 봉사하는 이들이다. 그리고 지난 세월 두 단체의 이름을 이어 온 이들이다. 오늘 면면을 보니 어느새 이민 삼, 사대에 이른다. 참 고마운 일이다.
추석을 즈음하여 열리는 델라웨어 한인 축제를 우리 마을에서 빼놓지 못할 연례행사로 자리매김 해 준 한인회장 김은진님과 한국학교장 조수진님께 드리는 고마움이 크다.
이런 행사에서 마주하는 올드 타이머들의 얼굴들은 더할 수 없이 반갑고 고맙다. 초대 한국학교 교장이신 배성호 목사님 내외분도 그들 가운데 하나이다.
아무렴, 진짜 고마운 이들은 이세, 삼세, 사세 아이들이다. 눈에 띄는 스물 서른 안짝 나이에 이 행사를 위해 뛰는 아이들을 보면 참 고맙다.
오늘, 특별히 감사를 드려야 마땅할 두 사람이 있다. 이 감사를 드린 후에야 나는 불출 노릇을 할 수 있을 터.
뉴저지의 안젤라 정 선생과 필라델피아의 케이트 김 선생이다. 두 분은 오늘 아내와 함께 소고춤을 추었는데, 두 분은 선생님이고 아내는 학생 사이인 셈이다. 몇 번의 연습과정과 오늘의 공연을 보며 내가 두 분, 정선생과 김 선생에게 드리는 감사는 정말 커야 마땅하다. 우리 마을 행사에서 내 아내를 돋보이게 하기 위한 두 분의 애씀 때문이다.
이쯤 나는 팔불출.
애초 나는 ‘하겠나?’ 싶었다. 돌고 돌고를 반복하는 춤사위에 앉았다 일어나기를 거듭하는 소고춤을 아내가 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 때문이었다. 동작이 느리거나 여유와 쉼이 있는 춤사위가 아니어서 아내에겐 참 버거워 보였다. 게다가 최근 서너 달 어깨 통증으로 물리 치료를 받고, 침을 맞고, 약을 먹는 처지라 되겠나 싶었다.
아내가 춤을 출 때, 내 머리 속 생각 하나. ‘에이고, 제발 넘어지지만 말아라!’
안젤라와 케이트 두 분 선생 덕에 아내의 꿈은 또 하나 이루었다. 정말 고마운 일이다.
이왕 팔불출인데…
내 아들이다. 제 어멈 행사라고 열 일 제치고 함께 해 주었다. 내가 뭘 더 바라랴! 행사를 마치고 집에 오니 문 앞에 꽃 병이 배달되어 놓여 있었다. 오늘 직장 일로 함께 못한 며늘아이가 보낸 꽃이었다.
나선 길에 완벽히 불출로가자, 오늘은.
그리스에서 찍은 사진으로 인사하는 딸아이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