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함에

대구에서 목회하는 후배가 있다. 그가 기특하기도 하고 존경스럽기도 하다. 그와 대구의 이미지 – 모두 내 머리속에 남아있는 허상일 터이지만- 가 영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욱 그가 기특하고 존경스럽다. 비록 내 머리 속 허상일지라도, 그의 이미지와 대구의 이미지가 하나가 된다면 썩 좋은 세상이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 때문이다.

오늘 아침, 그가 페북에 “심플하게 산다”라는 책 내용 일부를 소개한 글을 읽고 일터로 나갔다.

“걸을 때든 요리할 때든 활력이 넘치게 하자. 요컨대 ‘힘차게’ 살자. 그러기 위해선 스트레스, 불안, 걱정, 분노, 슬픔을 경계해야 한다. 그런 것들은 당신의 적이다. 활력은 비싼 화장품보다 피부에 더 좋다.”

단순하게 살자거나 힘차게 살자거나 피부건강을 지키자거나 내심 작심이나 결심해 본 적은 없지만, 최근 수 년 들어 몇 가지 새로운 일들을 하며 산다.

일테면 집안에 물건들을 줄이는 일도 그 중 하나이다. 정들었던 물건들일지라도 딱히 필요 없는 물건들은 버리거나 때 되면 찾아오는 이들에게 기부하고,  우리 두 내외에게 꼭 필요한 것들이 아니한 사지 않는 일이다. 이 일로 종종 아내와 다투곤 한다.

가게 일을 줄인 것은 올해 들어서 시작한 일이다.  주 중 이틀은 오전 12시면 아내와 함께 가게를 나선다. 처음엔 이래도 될까 싶었는데, 아무 일 없이 가게는 잘 돌아갔다.

공짜 시간을 마련한 처음 얼마간은 아내나 나나 하고 싶은 것들은 많고, 하는 것은 아무 것도 없이 그저 게을러지기만 했다.

반 년 쯤 지나자, 나름 그 시간들이 아주 귀하게 우리들의 시간이 되어간다. 아내와 함께 걷는 일도 그 중 하나이다. 오늘은 참 걷기 좋은 오후였다.

그러고보니 대구에서 목회하는 후배는 아내의 친구이기도 하다.  텃밭 농사짓는 그의 교인 하나가 고추 서른 근 거두어 열 근을 가져다 주었다 하여, 내가 ‘그건 착취가 아니냐?’ 농을 했다만, 그도 머리 허연 연륜 깊은 목사님이시거늘….

아무렴, 대구에서 목회하는 내 후배인데, 서른 근도 심플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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