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상 물리고 느긋하게 세상 뉴스들을 훑다가 저절로 흐르는 눈물을 훔친다. 이럴 때 보면 나도 참 나이 헛먹었다. 오마이뉴스에 실린 <처음부터 터져 나온 이금희의 눈물 “이럴 것 같았다. 노회찬은 진짜였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읽으면서 일어난 일이다.
그렇게 눈물을 훔치며 기사를 읽고 있는데 셀폰에서 경고음이 울렸다. 놀라 확인해 보니 밤 12시 30분 경부터 홍수주위보를 발령한다는 메세지와 함께 홍수 피해 예상 지역 주민들은 대비하라는 경보였다.
세상 참 많이 바뀌었다. 내 기억 속에 1980대 후반 부터 2000년 초,중반 까지 한국에 대한 것은 빠져 있다. 그만큼 한국은 내게서 멀었다. 딱히 이렇다할 정보를 얻을 방법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했거니와 여기서 오늘을 사는 내 관심의 우선순위에 있어 앞자리에 있지 않았었기 때문이다.
홍수주위보를 알려주는 셀폰의 기능은 지금 여기서 사는 내가 겪고 있는 세상의 변화이다. 이 땅에 적응하기도 바쁜 내게 급변하는 디지털 세상의 변화는 쫓아가기엔 좀 벅차다. 나름 세상 변화에 적응하노라고 애쓰며 살지만 아무래도 늦되다.
이른바 social media를 사용하는데는 더욱 그렇다. 말 그대로 상호 오가는 media 사용이라야 먹고 살기 위해 내 가게 손님들과 오고가는 이메일과 텍스트 메세지가 거의 전부이다.
그저 일기처럼 사용하는 블로그질은 오래 되었지만 그저 골방 샌님 놀이일 뿐이고, 트위터, 페북, 인스타그램, 링크드인 등등은 사용법에 대해 익히 알고는 있지만 그리 즐겨 하지는 않는다. 더더군다나 빤히 아는 사이가 아니라면 댓글을 다는 일도 거의 없고 좋아요를 누르는 일도 남사스런 생각에 거의 하지 않는다. 그러니 social media의 social 하고는 거리가 멀다.
카카오톡이나 텔레그램 같은 것들도 마찬가지다. 카카오톡은 가족들 끼리만 사용할 뿐이고, 텔레그램은 한군데 모임과 연관되어 있어 사용하지만 그 역시 특별한 일 아니고서는 하루 한 두차례 pc로 사용할 뿐이다. 사실 내가 셀폰을 사용한지는 아직 이년이 채 되지 않았다.
내 아내의 표현대로 한다면 나는 그저 골동품이다.
카카오톡을 즐겨 사용하는 아내가 오늘 오후 짜증스런 목소리로 혼자 쭝얼거렸다. ‘아니, 이 아줌마는 자꾸 이런 걸 보내고 그러지, 딱하기도 하고….’
왜 그러냐고 묻는 내게 던지 아내의 답이다. ‘아이구 그 지긋지긋한 가짜 뉴스지 뭐, 박근혜 이명박 찬양하고 문재인 빨갱이 노래하는 거…. 오늘은 김정은이 한테 트럼프 문재인이 놀아나고 있다나 뭐나…’
참 좋은 아주머니신데 뉴스 선택에 있어서는 아내와는 상극인 셈이다.
아마 그 아주머니는 내가 오마이뉴스에 눈물 흘리는 모습을 보면 가짜뉴스에 홀렸다고 혀 차지 않을까 싶다.
참 좋은 세상인데…. 참 좋아진 세상인데….
이즈음 나는 하늘을 보면 하늘을 사진에 담고 싶다. 오늘 오후에도 그랬다.
하늘은 뉴스들 보다 셀폰 보다 더 많은 세상을 품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