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 편지 – 9/2

아침에 세탁소로 나오면서 한 동안 보지 않았던 스쿨 버스들을 다시 만난 지난 주간이었습니다. 어느새 아이들의 방학이 끝난 모양입니다. 그리고 주초 며칠 동안은 몹시 더운 날들이 이어졌었습니다.

지난 목요일 아침, 가게 문을 열 때 찍은 사진이랍니다. 해가 떠오르면서 이글거리는 느낌이었답니다. 그리고 잠시 후, 미처 카메라에 담지는 못했지만 캐나디언 구스들이 소리를 내며 떼를 지어 천천히 날아갔답니다. 순간 캐나디언 구스들의 소리가 제게 이렇게 들렸답니다. ‘덥다고? 이제 여름 다 갔어!’

구월입니다. 내일은 노동절이고요. 내일은 세탁소 문을 닫습니다. 저희 부부도 모처럼 이틀을 쉽니다.

한가지 궁금증이 일어 당신께 물어 본답니다. 휴일엔 어떻게 지내시는지요? 특히 모처럼 맞는 이런 연휴에는 어떻게 지내시는지요?

제 경험들을 가만히 뒤돌아보면 제대로 휴일을 만끽했던 경우가 거의 없었던 것 같습니다. 노동도 쉽지 않지만 쉰다고 것도 그리 쉽지 만은 않은 듯 합니다. 연휴가 다가오면 이런 저런 계획들을 세우곤 하지만 막상 휴일이 되면 그 계획대로 다 이룬 적도 별로 없는 듯합니다.

딱히 그런 생각 때문은 아니지만, 이번 연휴에 저는 아무 계획도 없이 아무 일도 않고 그냥 쉬려 한답니다. 먹고 싶을 때 먹고, 자고 싶을 때 자고, 아무 걱정도 하지 않고 말입니다.

목사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Wayne Muller는 이런 말을 했다고 합니다.

“모든 삶의 핵심에는 이 비어 있음이 자리하고 있다. 이 비어 있음은 신의 입김이 들어와 삶이라는 음악을 만들어 내는 텅 빈 갈대 같다. 모든 창조는 이 비어 있음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이건 아주 동양적인 사고인 듯 합니다.

Wayne Muller의 말처럼 깊은 생각으로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그냥 노는 날 푹 쉬는 즐거움을 맛보려 한답니다.

구월입니다.

하루하루 바쁜 일상 속에서도 새로운 것은 창조해 낼 만한 여유로운 쉼이 늘 함께 하시길 빕니다.

당신의 세탁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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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st week, on the way to the cleaners one morning, I began to see school buses which had not been on the roads for a while. Before I knew it, summer vacation for school kids might be over. And the heat continued to beat on for some days earlier last week.

Here is a picture which I took in the morning when I opened the cleaners on Thursday. I felt the rising sun was blaz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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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little bit later, a flock of Canadian geese flew over slowly with lots of noise, of which I could not take a picture. At that moment, I felt as if they were saying, “Did you say it is very hot? Now, summer is almost over!”

It is September now. Tomorrow is Labor Day and the cleaners will be closed. My wife and I will have two days off for a change.

I’m asking a question, because I’m just curious. How do you spend Sundays? Especially, on long weekends like this week?

Looking back, I think that I have almost never really enjoyed holidays. To me, working is not easy, but neither is resting. When a long weekend was approaching, I made this and that plan. But, when it came actually, I hardly ever completed the plan.

Though it was because of that thought, I decided just to take a rest without any plan and without doing anything this long weekend. Simply, I’ll eat when I want to, and sleep when I want to without worrying about anything.

Wayne Muller, a pastor and best-selling author, said:

“All life has emptiness at its core; it is the quiet hollow reed through which the wind of God blows and makes the music that is our life. Emptiness is the pregnant void out of which all creation springs.”

It sounds like Oriental thinking to me.

Though it is not like what Wayne Muller implied, I’ll try to enjoy the pleasure of complete rest on the off-days.

It is September now and the days have gotten a lot shorter already.

I wish that you’ll always have a leisurely rest out of which your new creation springs in spite of a busy everyday life.

From your cleaners.

 

연휴 아침에

아무런 계획도 없이 연휴를 맞는다. 아니, 계획 없음이 계획이다. 그저 몸과 맘이 원하는 대로 이틀을  보내려 한다. 먹고 싶으면 먹고, 자고 싶으면 자고, 마시고 싶으면 마시고, 걷고 싶으면 걷고. 무엇보다 아무 걱정 없이.

이른 아침 눈을 뜨는 것은 그냥 습관이다. 주일 아침이면 늘 그러하듯 가게 손님들에게 편지 한 장 띄우고 집을 나선다.

가을은 이미 동네 어귀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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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선 것은 가을 뿐만이 아니다. 이번 목요일(9/6)은 민주당 예비경선일이다. 11월 본선거에서 어떤 선택을 하던 민주당 예비경선에서 투표는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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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감사하는 일들 가운데 하나는 사돈내외와 의견이 일치하는 때가 많다는 점이다. African American인 사돈 내외와 우리 부부는 정치적 견해나 종교 특히 교회관에 있어서 뜻이 맞다. 하여 참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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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트럼프 뿐만 아니라 주류 언론들은 물론이거니와 민주당 내에서도 폄하하는 시선이 역력한  사회주의자  Alexandria Ocasio-Cortez에 대한 시각에서도 거의 일치한다. 그녀와 지지자들이 얻을 결과가 어떠할 지는 모르지만 우리들은 미국의 새로운 변화에 대해 매우 긍정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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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오는 11월 선거에서는 의견이 일치하지 않을런지도 모르겠다. 우리 부부 선택에 있어 최우선 순위는 트럼프가 한반도 분단 해결의 단초를 이루어 내는냐에  맞추어져 있기 때문인데, 평화라는 관점에선 언제나 의견이 일치하는 사돈내외도 우리부부와 함께 하지 않을런지.

오늘 저녁은 아들 며느리와 저녁을 함께 해야겠다. 아이들이 허락한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