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듣고, 많이 보되 말은 줄이고, 글을 남길 땐 생각을 한번 더 곱씹어 보자는 다짐으로 살기 시작한 일은 근자에 이르러서이다. 나이 들어 늙어 가는 것은 어찌할 수 없더라도 ‘꼰대’ 소리는 듣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 때문인데, 그게 딱이 내 맘대로 되는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흉내라도 내는 연습엔 게으를 일이 아니다.
이즈음 온라인 모임으로 만나는 ‘필라세사모’ 친구들이 9월 말 쯤 한국의 김진향 교수라는 이를 초청해 유펜 대학에서 강연회를 열려고 준비하고 있다. 늘 그렇듯 모임에 얼굴만 내밀다 마는 나는 이번에도 아무 하는 일 없이 ‘수고들 많으시다’는 인사만 건낼 뿐이다. 게다가 ‘김진향’이라는 이름이 낯선 나는 더욱 뒷전에서 웅크린다.
그러다 어제 오늘 이틀에 걸쳐 팟캐스트 파일과 유튜브 동영상을 통해 김진향 선생이 한 강연들을 들었다.
우선 위키 백과에 기록된 김진향 선생에 대한 소개이다.
대구광역시 달성군에서 태어났다. 대학에서 정치외교학을 전공하였고, ‘한반도 통일에 관한 담론의 분석’이라는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주된 연구분야로는 북한 체제, 남북관계, 평화통일 등이다.
박사학위를 받은 후 대학에서 시간강사 생활을 하다가 세종연구소에 들어가 객원연구위원으로 일했다.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제32대 통일부 장관 이종석을 만났다.
노무현이 제16대 대통령에 당선되자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참여했고, 인수위원회에서 국가 안전 보장 회의(NSC) 설계 작업을 했다. 참여정부에서 NSC 한반도 평화체계담당관으로 국정운영에 참여하여 남북 평화체계를 다루다가 통일외교안보정책실에서 더 폭넓게 남북관계를 담당했다. 이 과정에서 북한과 여러 번 교섭과 협상을 했다.
학자 입장에서 북한을 더 자세히 알기 위해 개성공업지구 근무를 자원했고 2008년 2월부터 4년간 개성에서 근무했다. 이 때 개성에서 발생하는 신청·세무·회계·세금·임금협상 등 북한과의 모든 협상을 담당하면서 거의 매일 북한 사람들과 부대끼고 토론하고 협상하는 경험을 했다.
그에 대한 소개에서 알 수 있듯이 그가 하는 강연의 주된 내용은 ‘북한 이야기’이다.
이야기를 하는 그는 이야기를 듣는 이들에게 ‘북한에 대해 얼마나 아느냐?’고 묻는데 그 물음에는 듣는 이들이 북한을 너무나 모르고 있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나는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내가 북한에 대해 너무나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에 놀라며 그의 전제에 동의했다.
사실 따지고 보면 나는 북한에 대해서만 모르는 것이 아니다. 남한에 대해서도 이 점은 같다. 내 유소년과 청년 시절의 추억에 남아 있는 남한과 지금은 전혀 다른 세상임에도 나의 잣대는 그 간극을 측량하기엔 너무 작다.
이젠 한반도에서 살아온 세월보다 미국에서 산지가 오래되어 가지만, 나는 여전히 이민자이고 때론 이방인이어서 모르는 것이 더 많은 이 땅 만큼이나 남과 북이 낯 설 때가 있다.
하여, 나는 오늘도 배워야 한다.
또 하나, 이건 내 복이다.
한국 현대사 특히 해방 이후 빨치산 연구를 하신 이선아교수의 강연을 듣게 된 일이다.
아프게 잊혀져 가는 역사와 그 시간 속에서 잊혀져 간 이들을 되뇌어 새기는 일이 결코 쉬운 일 아니다. 그것이 생업이거나 학문적 고집일 때, 나는 그를 존경해야 마땅하다.
비록 온라인 모임에서 듣게 되는 강연 이지만 내가 9월 한달을 기다리는 까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