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業)의 성격으로 주중 하루를 쉬는 벗이 낚시 한번 가보자고 제안을 했었다. 주중에 가게를 온종일 비우는 일에 익숙치 않아 머뭇거리는 내게 아내는 흔쾌히 ‘가도 좋다’고 했다. 내심 ‘이 정도의 사치는 누릴 만한 나이가 아닐까?’하는 내 생각이 앞선 탓도 있었다. 그렇게 하루 낚시 놀이를 다녀왔다.
애초 낚시놀이를 제안한 C와 나처럼 낚시놀이가 그리 흔치 않은 일인 H와 낚시놀이가 일상이요, 나름 그 방면에 도트인 J와 함께 즐긴 하루였다.
처음 놀이를 제안했던 C는 일행을 위해 모든 준비를 도맡았고, J는 낚시놀이에 필요한 제반도구와 정보와 지식들을 나누었다. 그리고 H와 나는 그 두 사람 덕에 그저 하루를 즐겼다.
올해 일흔 하나가 된 J는 나와 같은 업을 하며 한 동네에서 산지 30년 넘은 오랜 지기이다. 그는 지난 해 현업에서 은퇴했다. 그리고 홀로 산다. 그렇다 홀로 되어 산다.
사실 내가 J를 가장 최근에 만났던 것은 그가 홀로 되어 살기 전 일이다. 그가 과묵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리 말수가 많은 이는 아니었다. 그랬던 그의 입이 낚시놀이 하루 길에서 온종일 쉬지 않았다. 오랜만에 만난 그는 그 무엇보다도 말이 많이 고픈 듯 보였다.
밤 늦은 시각, 돌아와 헤어지며 그가 내게 남긴 말이다. ‘언제든 불러, 언제든… 낚시 가고 싶을 때 그냥 전화만 해!’
다시 혼잣말로 시간을 보내야 하는 홀로 사는 삶으로 돌아가는 그를 보며 내가 혼잣말로 해 본 소리이다. ‘가을바람 불면 낚시놀이 한 번 더 해 볼까…’
낚시터에서 만났던 돌고래 가족들이 떠오른다. 그래, J뿐만 아니라 H나 C나 나나, 우리 모두 한땐 고래사냥을 부르며 꿈을 꾸던 때가 있었다.
아니, 꿈을 꾸는 일은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이젠 조촐한 꿈을 꾸자. 찬바람 불면 내가 먼저 J와 H와, C에게 제안을 하는 꿈을 꾸자. 낚시놀이 한 번 가자고. 그날 다시 J가 온종일 이야기하게 하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