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

우리 동네 Chinese Festival은 제법 연륜이 쌓인 중국계 시민들의 큰 잔치이다. 중국계 뿐만 아니라 중국 문화나 음식에 관심 있는 동네 주민들의 잔치이기도 하다. 매해 이 맘 때 주말 이틀간 열리는 이 행사는 지역 언론들이 잘 다루어 주는 연례행사이다.

내가 이 행사를 주관하던 중국인 회장 임박사를 처음 찾았던 게 2000년도이니, 제법 세월이 흘렀다. 당시 동네 한인회장이었던 나는 임박사를 만나 Chinese Festival이 아닌 Asian Festival을 한번 열어 보자고 제안을 했었다. 그 해 처음으로 한국 무용, 서예, 태권도와 한국음식으로 그 행사에 함께 했었다. 일본계와 인도계 등에게도 제안을 했었는데 반응은 신통치 않았었다.

이후 Asian Festival이 아닌 Chinese Festival은 이어졌고 해마다 한국을 대표하는 팀이 함께 해 왔다. 한인회가 아닌 한국학교의 이름으로. 이 일엔 내 아내의 끈질김이 함께 했다.

세월이 흘러 이젠 해마다 추석이면 Korean Festival로 Chinese Festival에 버금가는 행사를 치루게 되었다. 이젠 한인회의 이름으로. 그 역시 한국학교가 함께 한다. 한인회나 한국학교의 이름으로 봉사하는 후대들을 보면 자랑스러운 동시에 안쓰럽다. 나의 자부심과 그 보다 크게 쌓인 부끄러움 탓이다.

아무튼 오늘 아내는 이 행사에서 춤을 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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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세대들에게 사물놀이를 가르치는 아내의 벗들은 쉬는 날에 흔쾌히 북채와 장구채를 잡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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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만난 임박사는 나와 아내가 전혀 변하지 않았다고 했지만 그나 우리나 많이 쇠했다. 허나 우리 동네 중국계나 한국계나 다음세대들은 활기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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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장터에서

엊저녁 아내가 사 온 오이 양이   두 식구 먹기엔 좀 벅차다. 쉬는 날, 오이김치나 담아 볼까 했더니 마늘이 눈에 띄지 않는다. 아침 산보 겸 마늘을 사러 나간다.

이른 주일  아침, 마켓은 한산하다. 얼핏 보아 서로의 처지를 가늠할 수 있는 내 또래 더는 사내랄 수 없는 사내들이 가벼운 장바구니를 채운다.

한 사내가 나를 불러 세운다. 사내나 나나 일요일 아침 게으름이 잔뜩 묻은 허름한 차림새다. 사내가 입을 뗀다.

“내가 하는 말을 이해해 주렴. 나는 진심으로 너를 환영한다. 네가 이 땅에 사는 것을 환영한다. 네가 이 땅에서 이틀을 살았건, 사십 년을 살았건, 아님 여기서 태어났건, 이방인으로 보이는 너를 환영한다. 내 선조들 누군가도 처음엔 이방인이었으므로, 내 말의 진심을 이해해 달라. 나는 이즈음 워싱톤에 있는 미치광이(트럼프)를 대신해 마주치는 이방인들에게 미안함을 전하고 있단다.”

그는 은퇴한 변호사라고 했다. “나도 너를 환영해!” 내가 사내에게 던진 말이다.

나도 지난 선거에서 트럼프만은 아니라고 했다. 허나 이즈음 헷갈리고 있다. 트럼프가 수치스런 사내에게 동조하는 마음과 한반도 뉴스 속에서 박수칠 수 밖에 없는 트럼프의 모습 사이에서 헷갈리고 있다.

11월은 곧 다가올 것이고, 이방인인 나나 이방인이었던 사내는 또 한번의 선택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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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는 길, 동네 어귀 밤나무 집 밤꽃들이 한창이다. 코끝에 거슬리는 밤꽃 냄새와 가을에 맞을 그 튼실한 밤톨 사이를 생각하며.

하지를 보내며

이따금 만나는 사람들의  속 이야기를 듣다 보며 아픈 구석이 없는 사람은 없다. 주일 아침 이른 잠 깨어 엊저녁 모임에서 만난 얼굴들이 떠오르는 까닭이다. 하여 띄우는 편지다.

6-24

지난 목요일은 일년 중 낮의 길이가 가장 길다는 하지였습니다. 하지가 지나면 밤의 길이는 조금씩 길어지고 낮의 길이는 반대로 조금씩 짧아진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러나 이제 날씨는 점점 더워지고 사람들은 휴가지를 찾는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지만, 정작 해의 길이는 조금씩 짧아져 시간이 점점 가을로 다가간다고 느끼는 사람은 거의 없을겝니다.

하지를 보내며 문득 생각해 본 책이 <역경(易經)>입니다. 중국의 유교 3대 경전의 하나인 이 책은 이 세상의 변화에 대한 원리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 책이 “Classic of Changes” or “Book of Changes”라고도 불리우는 까닭입니다.

철학서이기도 하지만, 동양 사람들에게는 점을 보는 책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이 책의 바탕에 흐르는 생각은 우리들의 오늘의 삶과 닿아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책의 바탕에 흐르는 생각이란 많은 사람들이 지금, 여기에서 살고 있는 자신들의 모습이 힘들고 어렵고 지치는 삶이라고 느끼지만, 사실은 그런 삶이 유독 자신만의 것이 아니라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같은 느낌으로 살고 있다는 것입니다.

또한 하지가 지나면 추분이 오고 밤이 가장 긴 동지가 오듯 아무리 어려운 삶이라도 6개월만 지나면 희망찬 새로운 삶을 맞이할 수 있다는 가르침을 준답니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랍니다. 지금 성공하여 모든 것을 누리는 삶을 산다 하더라도 그것이 영원히 자신의 것이 될 수는 없다는 가르침이기도 하답니다. 달이 차면 언젠가 기운다는 것이지요.

하지를 보내며 문득 생각해 본 Book of Changes의 가르침이었습니다. 제가 세탁소의 더위를 이겨낼 지혜의 가르침이기도 하답니다.

자! 올 여름도 건강하게 신나고 즐거운 시간들이 이어지시기를 빌며….

당신의 세탁소에서

여름밤 별들

– 칼 샌드버그

조금만 더 숙이렴, 여름밤 별들아
여름밤 별들, 너희가 이렇게 가까이 있다니
팔이 긴 이라면 너를 딸 수도 있겠구나
하늘접시에 너를 따 담을 수 있겠구나.
이리도 가깝다니, 여름밤 별들아
너무 가까워 노래가 절로 난다
마냥 게을러도 좋은 콧노래가.


Last Thursday was the summer solstice, which is the day with the longest period of daylight. Everybody knows that after that day, nighttime will become longer and daytime will become shorter.

However, while it will be hotter and hotter and it will be full-fledged summer when people go to vacation spots, not many people will think or feel that daytime becomes shorter and it is approaching autumn.

As the summer solstice passed, one book came to mind. It’s “The I Ching.” It is one of the three representative Confucian scriptures and explains the principles of changes of the world. That’s why it is also called “Classic of Changes” or “Book of Changes.”

Though it is a philosophical book, it is known as a book for fortunetelling in the Orient.

I think that the fundamental idea of this book has connections with our lives at present.

Though many people think that their lives here and now are difficult and exhausting, the fact of the matter is that almost all people live their lives with the same feeling in their minds.

And, it also teaches us that as the fall equinox and the winter solstice will come after the summer solstice, however difficult your current life may be, you can meet a new hopeful life in six months.

It is the same for the reverse. It also teaches us that however successful and affluent your current life may be, it may not be like that forever. If it is the full moon, it will wane.

It was the teaching of “Book of Changes” which came to my mind with the summer solstice passing. It is also the teaching of wisdom which will help me go through the summer heat at the cleaners.

Well! I wish that you’ll have a joyful and pleasant time and stay healthy this summer.

From your cleaners

Summer Stars

–        Carl Sandburg

Bend low again, night of summer stars.
So near you are, sky of summer stars,
So near, a long-arm man can pick off stars,
Pick off what he wants in the sky bowl,
So near you are, summer stars,
So near, strumming, strumming,
So lazy and hum-strumming.

가족

집에서 내 가게까지는 약 10마일, 내겐 하루 20마일이면 늘 족하다. 이즈음 내 생활 반경이 그러하므로.

그런 내가 어제 오늘 사이 족히 350마일을 오갔다.

아내가 장고춤에 이어 소고춤을 배운다고 선생님을 찾아 나서는 길에 기사 노릇하기로 약속한 날짜는 원래 오늘이었다.

두어 주 전에 어머니가 하신 말씀, “얘야! 애들 이사 간 새집엔 언제 가는게냐?” 그 말씀에 아들 내외를 재촉해 오늘 약속을 잡고 아내의 연습은 어제로 당겼었다.

아내가 춤 배우러 오가던 길, 때때로 시속 90마일을 밟기도 했다. 모처럼 쉬었다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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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아침은 참 좋다. 창문을 열고 새소리를 들으며 가게 손님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쓰는 시간과  아내가 교회에 간 시간을 특히 즐긴다. 중국의 스타 철학자라는 조사림(趙士林, 자오스린)이 해석하는 맹자를 읽으며, 이즈음 뉴스들에 대한 생각이 정리되는 기쁨을 맛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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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에 부모님을 모시고 아들내외 집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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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부부는 애완 동물에 대한 관심이 없다. 거부까지는 아니더라도 키워볼 생각은 조금도 없다. 아들 녀석은 어릴 때부터 달랐다. 새에 대한  녀석의 지극정성으로 온 집안에 새털과 새똥이 뒹굴던 때도 있었다.  녀석은 결혼 이후 고양이를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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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행기 도움을 받는 아버지에게 집안 구석구석을 돌아보는 일은 무리였다. 아버지에겐 거실과 부엌만으로도 흡족하셨나 보다. 손주 내외를 위한 아버지의 기도는 제법 오래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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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빨강, 파랑, 초록으로 바뀌는 주방 조명을 소개하며 할머니 할아버지를 즐겁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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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에 걸린 당신들의 사진이 매우 흡족하셨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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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아버지나 우리 부부나 애초 부페식 식당과는 거리가 먼 식성이지만 돌연변이 아들 내외를 위해 고기 부페 식당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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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흔 넘는 연세에 당신 치아를 본래 그대로 사용하시고 돋보기 없이도 책을 읽으시는 아버지의 비결은 삼시세끼 식사에 대한 감사를 느릿느릿 곱씹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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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할머니, 어머니 소리가 입에 밴 며늘아이는 새로 옮긴 학교 아이들 이야기를 하며 어른들의 사랑을 받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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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는 길, 어머니는 “감사하다, 감사하다”를 말을 연이으셨다. 아버지는 “그럼, 그럼” 추임새를 넣으시고….

아버지날에

아버지날 아침에 부끄러움으로 쓰다. – 6. 17. 18


제겐 아들 하나, 딸 하나가 있습니다. 두 해 전에 결혼한 아들은 가까운 필라에 살고, 딸 아이는 뉴욕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아이들과는 일 년에 몇차례 얼굴을 봅니다. 아이들이 학교를 다니던 때가 엊그제 같건만 어느새 그 때 일들이 가물가물 먼 옛 일이 되었습니다.

되돌아보면 아이들을 키우면서 제일 힘들었던 계절이 해마다 이 맘 때 였던 것 같습니다. 긴 여름방학이 시작되어 아이들이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보내게 되지만, 우리 부부는 그 시간을 세탁소에서 보낼 수 밖에 없었기 때문입니다. 때론 아이들을 데리고 세탁소에 나와 함께 있곤 했었지만, 세탁소 특유의 여름 더위를 아이들과 함께 하는 것은 곤욕이었답니다.

제가 무지했던 탓도 있었고, 게을렀던 요인도 있었지만 제 형편에 맞게 아이들을 보낼 summer camp나 여름방학 프로그램을 찾아 아이들을 보내는 일도 참 쉽지 않았답니다.

특별히 아이들과 함께 여행을 다녔던 기억도 없거니와, 하다못해 영화관을 함께 찾았던 일도 거의 없었답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아이들에게 정말 미안하고 부끄러운 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크게 엇나가지 않고 몸과 마음이 건강하게 잘 자라준 아이들이 참 고맙습니다.

Father’s Day 아침에 제 두 아이들이 생각나서 몇 자 적어 보았답니다. 부끄러움으로 말입니다.

한가지 덧붙일 말이 있답니다. 제 부끄러움을 감싸는 감사함에 대한 것입니다. 오늘, 저와 아이들이 각자의 삶의 자리에서 감사함으로 하루 하루를 즐기며 살고 있다는 사실 말입니다. 아버지로써, 아들로써, 딸로써 말이지요.

오늘, Father’s Day는 물론이거니와 한 주간 내내 감사와 기쁨이 넘치는 하루하루가 되시길 빕니다.

당신의 세탁소에서

그 겨울, 일요일들

− 로버트 헤이든

일요일에도 아버지는 일찍 일어나
그 검푸른 추위 속에 옷을 입고는
한 주 내내 모진 날씨에 일 하느라
갈라져 쑤시는 손으로 재속의 불을
다시 살려 놓았다.
아무도 고마워하지 않았음에도.

잠에서 깨어난 나는 몸속까지 스몄던 추위가
타닥타닥 쪼개지며 녹는 소리를 듣곤 했다
방들이 따뜻해지고 나서야 아버지는 나를 부르셨다.
나는 그 집 구석구석에 배인
분노를 경계하며 느릿느릿 옷을 입고는

추위를 몰아내고
내 외출용 구두까지 윤기나게 닦아 놓은 아버지한테
건성으로 말을 건네곤 했다
내가 그때 무엇을, 무엇을 알았을까
사랑이라는 엄숙하고 외로운 사명을.

6-17

I have a son and a daughter. My son, who got married two years ago, lives in Philadelphia and my daughter works and lives in New York City. I see them several times a year. Even though it seems like yesterday that they were students, those days became the dim and distant past before I knew it.

Looking back on the past, it seemed to be around this time of year every year when I felt it was most difficult to raise children. While they spent most of their time at home during the long summer break, my wife and I had to work at the cleaners for most of the day. From time to time, I brought them to the cleaners, but it was very difficult not just for me, but also for them, to endure the summer heat, especially at the cleaners.

Maybe I was a little ignorant and lazy, but it was not easy to find summer camps or summer programs for them which I could afford.

I have no special recollection of taking a trip with them and I hardly went to the movies with them. Now that I think about it, I feel so sorry.

Nevertheless, they have grown up well and are healthy in body and mind. I feel very grateful for that.

In Father’s Day morning, I wrote this with a shameful feeling, as my two children came to my mind.

I’d like to add one more thing. It is gratitude which enfolds my sense of shame. Today, my children and I live and enjoy our days in gratitude at our own places in life, as a father, a son and a daughter.

I wish that you’ll have a day with overflowing gratitude and joy, not just today, Father’s Day, but this week and beyond.

From your cleaners.

Those Winter Sundays

–          ROBERT HAYDEN

Sundays too my father got up early
and put his clothes on in the blueblack cold,
then with cracked hands that ached
from labor in the weekday weather made
banked fires blaze. No one ever thanked him.

I’d wake and hear the cold splintering, breaking.
When the rooms were warm, he’d call,
and slowly I would rise and dress,
fearing the chronic angers of that house,

Speaking indifferently to him,
who had driven out the cold
and polished my good shoes as well.
What did I know, what did I know
of love’s austere and lonely offices?

하늘과 신호등

주말이면 몸이 맘에게 말한다. ‘이젠 너를 좀 알라구!’

아내와 나는 외식으로 한 주간 노동의 피로를 달랜다. 어느새 쌓인 피로가 쉽게 가시진 않는 나이가 되었다.

반주(飯酒) 한 잔에 얼콰해진 나는 운전을 아내에게 맡기고 하늘을 찍는다.

하늘에게 지시하는 이 가당찮은 신호등의 무모함이라니!

초저녁 달이 웃고 있었다.

6. 15.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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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테

기념식이 끝나고 식사가 시작되었다. 어찌하다보니 운좋게도 오늘 행사의 주인공이신 장광선선생님 곁에 앉게 되었다. 투병 중이신 선생님의 최근 근황이 여러모로 많이 좋아지셨다는 말씀에 내 마음이 좋았다. 무엇보다 느리지만 넉넉히 잡수시는 모습이 참 좋았다.

이러 저런 이야기를 나누는데 선생님의 조카내외가 다가와 선생님께 작별인사를 드렸다. “갈 길 멀고 일도 있어 먼저 일어날께요. 이렇게 유명하신 분인 줄을 미처 몰랐어요. 오늘 저희들이 자랑스러워요.”

오늘, 가족들이 이렇게 유명하신지 미처 몰랐다는 장광선선생님의 평론집 출판 기념회에서 있었던 일이다.

멀리 한국에서, LA에서, 시카고에서, 노스 캐롤라이나에서, 뉴욕에서, 가까이는 필라와 뉴저지 델라웨어에서 한달음에 달려 온 이들이 백여명이었다.

선생님은 스스로 늘 “무식하면서도 용감하지 못한 사람”이라 하셨지만, 오늘 모인 이들은 모두 선생님의 유식과 용감함에 반한 이들이었다.

그랬다. 평생 조국의 민주화와 통일 그리고 진정 사람다운 사람 생각으로 그려낸 선생님의 나이테에 반한 이들이었다.

아래는 선생님의 글 <나이테>이다.


 나이테

나이테가 한 줄 더 느는구려.

나이테는 그저 늘어나는 것이 아닙니다.

나이테는 그 해에 가물었는지 비가 많이 왔는지 바람이 어느 계절에 심했는지 하는 기후까지를 그 안에 포함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수백년 혹은 천년을 넘게 자란 나무의 나이테는 기록이 없는 옛날의 기후풍토를 연구하는 중요한 자료가 된다고 들은 기억이 납니다.

벌레가 파먹었던지 들짐승이 괴롭혔든지 몹쓸 병에 죽다 살아남았던지 아니면 어느 무지한 사람의 도끼가 찍었던지 그런 아픔의 상처도 고스라니 간직합니다.

아무리 혹독한 시련도 지난 후에 남기는 흔적은 아름다운 무늬가 되는 것이 나이테지요.

나무의 나이테가 단순하게 외부환경을 기록하는 것과는 달리 사람의 나이테(年輪)는 의식활동을 기록합니다.

그래서 사람의 나이테(年輪)는 경륜(徑輪)이라고도 하는 것 같습니다.

나무의 나이테를 들여다보면서 그 해에 날씨가 어떠했는지를 가늠하듯이 사람의 나이테를 들여다보면서는 그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며 어떻게 살았는지를 가늠하겠지요.

아픔이었거나 기쁨이었거나 또 하나의 나이테를 두른 님이여, 훗날 그것이 아름다운 무늬가 될 것임을 잊지 마세요.

오늘을 위한 기도

“이 자리에서 장사 몇 년이나 했니?” 제 가게에 처음 오는 손님들이 종종 제게 던지는 질문입니다. 제가 거의 30년이 되어간다고 답을 하면 깜짝 놀라며 “진짜니? 내가 Newark에 산지도 오래 되었고, 이 샤핑 센터를 한 두 번 와 본 것도 아닌데 너희 가게가 여기 있는 줄은 오늘 처음 알았구나.”라고 말하는 분들을 볼 수 있답니다.

이런 경험은 딱히 그 손님들 뿐만 아니라, 제게도 일어나곤 한답니다. 제가 매일 오가는 길이지만 새로 개업한 곳이 아닌데도 처음 본 듯한 상점들이 이따금 눈에 띄곤 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이런 경험들이 비단 상점에 국한되어 일어나는 일은 아닙니다. 매일 똑같이 오고 가는 길에서 문득 바라 본 하늘이 마치 처음 본 듯한 느낌이 들 때도 있고요, 어느새 푸른 색으로 풍성한 몸이 되어버린 나무들이 낯설 때도 있답니다.

이즈음 사진 찍는 일에 재미를 붙이다 보니, 꼭 사진을 찍지 않더라도 늘 보던 하늘이며, 나무며, 꽃들과 풀 한 포기까지 새롭게 보일 때가 많답니다.

눈에 보이는 것들만이 아니라 시간에 대해서는 더욱 무심하게 그냥 스쳐 지나가게 버려 두는 일이 제겐 많은 듯합니다. 매일 맞이하는 똑 같은 ‘오늘’을 그저 특별하다거나 소중하지 않게 흘려 보내는 일이 많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어느새 세상이 푸르러 가는 유월입니다.

무심코 스쳐 지나가 버린 ‘오늘’ 이었던 어제들에 대한 감사와, 세탁소의 소음 대신에 아침 새소리에 귀를 기울일 수 있는 이 일요일 아침 ‘오늘’에 대한 행복과 “이 자리에서 장사 몇 년이나 했니?”라고 묻는 손님들을 만나는 즐거움이 기다릴 ‘오늘’이 될 내일의 기쁨을 상상해 보는 유월의 첫 일요일 아침이랍니다.

이 아침에 제가 누리는 감사와 행복과 기쁨과 즐거움이 당신에게 끊이지 않는 유월이 되시길 빕니다.

당신의 세탁소에서


“How long have you been doing business here?” It’s a question which new customers so often tossed to me. When I answered, “Close to 30 years,” some of them were really surprised and said, “I’ve lived in Newark for a long time and have visited this shopping center quite a few times. But, I didn’t know that you are here until today.”

This kind of experience happens not just to them, but also to me. For example, though I have driven the same roads every day, I often find stores which I haven’t noticed before, though they are not newly-opened.

It’s not just those stores which I feel that I’ve never seen before. Sometimes, the sky to which I happened to look up on the same road which I’d driven every day looked new as if I had never seen it before. Sometimes, trees which became thick with green leaves looked unfamiliar.

Especially, as I get interested in taking pictures, things that I see every day, such as the sky, trees, flowers and a blade of grass, so often look new and fresh, even at the moments when I’m not trying to take picture of them.

When I was leaving the cleaners after I cleaned the store on Sunday morning  a couple of weeks ago, I happened to see families of geese. While I was watching them, a thought, which I’ve never held before, crossed my mind. It was that all living things are beautiful. These are the pictures which I took on that day. They are different families: the first one with two baby geese, the second with four, and the third with six.

It seems that I’ve passed by so many visible things without noticing them. Even more, I feel that I let a day slide by thoughtlessly so many times. I think that I haven’t regarded “today,” which I meet every day, as special and precious and have let it flash by so often.

Before we know it, it is June in which the world becomes green.

It is the first Sunday morning of June on which I can feel gratitude about yesterday, which was ‘today’ yesterday and slipped by casually, and listen to birds’ singing instead of the noise of the cleaners. I also feel the happiness about ‘today’ and imagine the joy of meeting customers who may ask me the question, “How long have you been doing business here?” tomorrow which will then be ‘today’.

I wish that the gratitude, happiness, and joy which I enjoy this morning will also be with you ceaselessly in June and beyond.

From Your cleane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