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칩(驚蟄) 지난 삼월에 오신 춘설(春雪). 가게에서 손님으로 오시는 눈 구경하다 집에 돌아와 쌓인 눈 치우노라니 허리가 휜다. 이럴 때면 살림 차려 나간 아들놈이 그립다. 이웃집 눈사람 쳐다보다 웬지 설운 생각이… 춘설(春雪)에.
춘설(春雪)
− 정지용
문 열자 선뜻!
먼 산이 이마에 차라.
우수절(雨水節) 들어
바로 초하루 아침,
새삼스레 눈이 덮인 뫼뿌리와
서늘옵고 빛난 이마받이하다.
얼음 금가고 바람 새로 따르거니
흰 옷고름 절로 향기로워라.
옹송그리고 살아난 양이
아아 꿈 같기에 설어라.
미나리 파릇한 새 순 돋고
옴짓 아니기던 고기 입이 오물거리는,
꽃 피기 전 철 아닌 눈에
핫옷 벗고 도로 춥고 싶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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