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를 위하여

볼수록 멋지게 나이 들어가는 후배가 있다. 얼굴 본지는 제법 오래 되었다만, 참 좋은 세월을 살고 있다 보니 페북을 통해 그의 근황을 가까이 마주한다. 그가 이즈음 동유럽 국가들 여행을 하고 있단다. 그 곳 사람 사는 거리들을 흑백 사진으로 전하고 있는데 참 ‘그답다’는 생각이다.

나는 지금 그가 전하는 아우슈비츠 강제 수용소의 사진들을 보고있다. 사진에 그가 달아 놓은 댓글이다. “우리나라에도 있어야할 현장!!! 우리는 없어~~~ 분통이 터져.” 그 소리에 난 그저 중얼거린다. “친구야! 분통 터트릴 나이는 이미 지났어, 건강하자구. 그런 날 오겠지. 아무렴 와야지!”

어제 저녁 스물 남짓한 벗들과 함께 했었다. 필라델피아 세월호를 기억하는 사람들 모임이었다. 이명박 구속 등 점진적이나마 더불어 함께 살아가야만 하는 세상으로 나아가고 있는 모국을 자랑스러 하자며 모인 자리였다.

photo_2018-03-25_08-27-59그 중 몇몇은 어제 낮에 미국내 총기 규제를 외치며 전국적으로 일었던 ‘우리의 생명을 위한 행진(March for Our Lives)’ 필라델피아 시위에 참석하고 온 터였다. 그들로부터 행사 현장의 이야기들을 들으며, 안전과 시민 그리고 국가에 대한 생각들을 나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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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중 하나가 ‘연방 교통 안전 위원회National Transportation Safety Board (NTSB)’에 대해 말했다. 항공사고를 다룬 영화 Flight를 예로 들면서 미국내외의 각종 해상, 철도, 항공과 관련된 사고를 수사하여 그 원인을 파악하고 끝내 책임 소재를 철저히 규명하는 업무를 담당하는 기관에 대한 설명과 필요성을 강조하는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의 직업이 그와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했었다.

이 땅에 어디 지고지선의 국가 공동체가 있겠느냐만, 더불어 사는 사람살이를 위한 꿈으로 역사와 공동체는 바뀌어 왔다는 믿음은 참이다.

한국 출장길에서 막 돌아와 시차 적응이 안되어 피곤하다던 친구는 따끈한 한국소식을 전하며 다시 필라 사람이 되었다. 그가 한 상자 가득 채워 한국에서 들고 온 물건은 오는 4월 16일, 세월호 사주기를 맞아 네번 째 기억식으로 행진을 할 때 우리들이 깔맞춤으로 입을 셔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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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의 행사 준비와 오는 5월에 필라델피아를 방문하는 세월호 유가족 희망목공소 팀을 맞을 준비에 대한 의견들을 나누며, 4월에 입을 셔츠들을 미리 입고 인증 사진을 찍었다. 아직 메아리조차 듣지 못하는 소리들을 외치고 있는 스텔라데이지호 가족들에게 작은 힘이나마 보태자는 뜻이었다.

우리들 모두 너나없이 하루살이에 바쁜 삶이어서 아픈 이웃들을 기억하는 마음의 곳간은 정말 작디작다. 비록 그렇다 하여도 ‘공감’과 ‘연대’의 작은 몸짓이라도 쉬진 말아야 할 터.

이 아침, 후배의 분통을 조금만이라도 삭혀 줄 수 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