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을 위하여

‘여행은 떠나는 것이 아니라 일상으로 돌아오기 위한 것이다.’ – 어제, 오늘 내 가게 손님들이 나를 깨우친 생각이다.

짧은 여행을 마치고 일상으로 돌아온 우리 부부를 정말 반갑게 맞아 준 이들은 내 가게 손님들이었다. 바로 우리 부부의 일상이었다.

손님들은 저마다의 경험으로 지난 시간들을 꺼내어 ‘오늘’, ‘여기’에서 우리들의 일상을 함께 했다.

“내 마누라에게는 너희들 여행 이야기는 하지 말아줘! 마누라가 또 가자고 할지 모르니…”

“거긴 아주 형편 없는 곳이었지, 이태리가 정말 좋았어!”

“출장 길에 딱 하루 들렸었지. 언제간 나도 시간 내서 가보고 싶은 곳 중 하나야.”

아련하게 옛 기억을 떠올린 이는 1970년대 동계 올림픽 메달리스트였다. 이젠 할머니가 된 옛 소련 출신 피겨 선수였던 그녀의 기억이다. “모나리자 앞에 서 있었단다. 마침 나를 알아 본 관광객이 있었단다. 그 이가 내게 사인 요청을 했단다. 모나리자 앞에서 사인을 해 주었었지”

그랬다. 무릇 여행이란 일상으로 돌아오기 위한 것이다.

내게 파리는 역사 속에서 오늘을 바라보며 내일을 꿈꾸게 하는 도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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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 콘서트

“표 파는 게 정말 힘드네요.”, “열심히 다닌다고 다녔는데 표를 못 팔았어요.”, “’아직도 세월호냐?’고 묻는 사람에게 표 파는 일이 참 쉽지 않았어요.”

애초 시작할 때부터 만만치 않은 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야만 하는 일>이라는 생각으로 나선 일이었다. 내 이야기는 아니고, 어느새 4년 세월이 흐른 세월호 참사 이후 ‘이 일은 결코 잊지 말아야 할 일대 사건’이라는 생각으로 동아리가 된 사람들 이야기다. 이름하여 <세월호를 기억하는 필라델피아 사람들의 모임(약칭 ; 필라 세사모)>이다.

이들이 아직 봄을 기다리기엔 이른 2월 초에 작은 음악회를 준비하고 사람들에게 함께 하자고 나선 까닭이다.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희망을 이루기 위해 죽은 자와 산 자가 자연스럽게 만나 대화하는 기억의 공간을 만들고, 아픔을 보듬어 서로가 서로를 일으켜 세우는 공동체를 만들어가고자 합니다. 참여와 실천 속에서 민주주의가 실현되는 사회, 모두가 존중 받는 국가, 서로가 협력하고 환대 받는 평화와 우정의 세계를 만들기 위한 의미 있는 행진으로 우리의 미래를 만들고 싶습니다.” – ‘4·16재단 설립 추진 대회’ 제안문 중에서

나는 믿는다. <기억과 희망이 흐르는 밤>을 위한 티켓을 파는 이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 ‘쉽지 않다’, ‘힘들다’는 소리로 하여 기억은 더욱 새로워 질 것이며,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희망은 이루어 질 것임을.

비록 음악회 자리가 차지 않을지라도.

기억, 즉 역사는 과거의 잘못을 찾아내는 수단이며, 오늘 힘들고 어려운 아픔을 보듬어 언젠가는 서로가 서로를 일으켜 세우는 공동체를 이룩해 내는 도구임을 믿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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