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와 스웨터

모진  추위 속 오래 전 어머니가 짜 주신 스웨터를 보며….


매서운 추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건강하시기를 빕니다. 또한 연일 이어지는 추위 속에서 작건 크건 일상을 허무는 일들이 없었으면 하는 바램과 비록 평시와 조금 어긋나더라도 마음은 늘 넉넉한 하루 하루가 되시길 빕니다.

문득 내가 살아오면서 가장 추웠던 겨울은 언제 였지?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당신의 기억 속에 가장 추운 겨울은 언제 였는지요?

저는 아주 오래 전에 제가 초등학교를 다니던 무렵이 생각난답니다. 한국전쟁이 끝난 지 채 십년이 지나지 않았던 때여서 그저 가난이 평범했던 시절이었답니다. 허름한 집 구조나 난방시설 등을 이즈음 우리들이 누리고 있는 것들과 비교해 설명드릴 수가 없을 만큼 가난했던 때였답니다.

물론 저희 가정만 그런 가난을 안고 산 것은 아니고, 제 친구들 대부분의 생활은 거의 비슷했답니다.

제겐 그 때의 겨울이 가장 추웠답니다. 일테면 방안에 있는 그릇 속에 물이 얼고, 벽에는 하얀 성에가 낀 방을 상상하실 수 있겠는지요? 그 때의 겨울이 그랬답니다.

그 때 그 매섭게 추운 겨울에 저를 따뜻하게 감싸 주었던 것은 어머니가 짜 주셨던 스웨터 였습니다. 어머니께서 털실로 짜 주신 두툼한 바지와 자켓은 그 겨울을 이겨낸 힘이었습니다.

중학교를 들어가고 고등학교를 다니며 제가 더는 털옷을 입지 않았지만, 어머니는 겨울이면 털옷을 짜 주셨답니다. 그리고 제가 대학을 들어가던 그 해 겨울을 마지막으로 어머니는 더 이상 털옷을 짜지 않으셨답니다.

어머니가 마지막으로 짜 주신 털옷을 제가 입었던 기억은 거의 없답니다. 그러나 그 털옷은 45년이 지난 지금도 제가 고이 간직하고 있답니다.

몹시 추운 겨울날 아침, 오래 전 어머니가 짜 주신 털옷을 보며, 모든 추위와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었던 힘을 생각해 본답니다. 어머니의 사랑 말이지요.

매서운 추위로 시작한 2018년입니다.

올 한 해 내내 비록 어머니 아니어도 누군가의 사랑을 넘쳐나게 받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어머니의 사랑을 나눌 수 있는 따듯함이 이어지시길 빕니다.

당신의 세탁소에서


The bitter cold continues. I wish that, above all, you’ll stay healthy. I also wish that, in spite of the continuing biting cold, you’ll manage to keep everyday life in control and to maintain an easy mind every day, though things may not work out exactly in the same way as usual.

Casually, one question crossed my mind: when was the coldest winter in my life? When was the coldest winter in your memory?

For me, about the time when I was in elementary school came to my mind. I could say that the winters in those days were the coldest in my life. As it had not been less than ten years since the end of the Korean War, poverty was normal in Korea at that time. The housing conditions, including the heating systems, in those days were beyond explanation, especially compared with the comfort which we are enjoying now.

For example, the water in a container in the room was frozen and the walls in the room were covered with frost overnight in the bitter cold days of winter. Can you imagine that?

Of course, it was not just my family which lived in such a shabby house, but most of my friends also lived in a similar condition.

What wrapped me up warmly in the cold winter at that time was a sweater which my mother had knitted. Thanks to the thick jacket and pants which my mother had knitted, I could go through the cold winter.

Though I rarely put on those knitted clothes when I was in middle school and high school, my mother still knitted those clothes for me every winter until I entered a university. Since then, she stopped knitting my clothes.

I don’t remember when I wore the last one which my mother knitted, or how many times I had worn it. But I still keep it carefully though it is 45 years old now.

In this morning of a bitter cold day, I’m thinking about the strength to overcome the cold and difficulties, while looking at the sweater which my mother knitted for me a long time ago. I mean mother’s love.

It is the year 2018 which began in the bitter cold.

I wish that throughout this year, you’ll continue to have the warmth enough to win someone’s overflowing love like my mother’s love and also to share this type of mother’s love with someone.

From your cleaners.

추위에

이런 추위는 처음이라고 말하는 이들이 많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이 동네에 산지 서른 해가 넘었지만 이런 추위는 처음이다. 오늘 아침만 해도 그렇다. 자동차 수은주가 1도라고 가리켰다. 섭씨 영하 17도 이하였다. 일기예보로는 체감온도가 -10, 섭씨로는 영하 23도 이하란다. 벌써 몇 일 째인가? 여름 한 철 더위가 기승을 부릴 때 맥을 놓게 되듯 강추위에 그저 몸이 움추려 들 뿐이다.

문득 내 평생 가장 추웠던 겨울이 언제였던가 꼽아 본다. 나이 들면 지금과 가까웠던 세월보다 먼 옛날 일들이 또렷이 기억난다더니 생각은 빠르게 시간을 되돌린다.

그 땐 정말 참 추웠었다. 방안 그릇에 담긴 물이 얼었고, 자고 나면 벽엔 하얀 성에가 끼곤 했었다. 내 나이 열살 어간의 겨울이었다. 내 집이 가난했기 때문만이 아니다. 그 시절 내 동무들 대부분 그런 방에서 겨울을 지냈다. 그랬다. 그 땐 친구라는 말보다는 동무 라고들 했었다.

한국전쟁 휴전 이후 채 십여 년이 흐르지 않은 겨울이었다. 내 동무들 가운데는 여전히 이북 사투리를 쓰던 아이들이 많았다. 그런 아이들 집 가까이에 가면 억세고 거세기가 동무들의 억양보다 몇 배나 높은 이북 사투리를 듣곤 했다. 동무들의 할아버지 할머니들이었다.

내가 중학교에 들어 갈 무렵 즈음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사투리는 더는 듣지 못하게 되었고, 서울 말과 섞인 이북 사투리를 쓰시던 동무들의 어머니와 아버지들도 이젠 거의 세상에 없다.

언제부터인가 동무에서 친구가 된 내 어릴 적 벗들도 어느새 손주 손녀 이야기를 하는 나이들이 되었다.

그래, 그 땐 정말 참 추웠었다. 방안에 있는 그릇에 담긴 믈이 얼었고, 벽엔 허연 성에가 끼곤 했었다. 내 나이 열 살 어간의 겨울이었다. 내가 친구들을 아직 동무라고 부르던 시절이었다.

모진 추위가 이어지는 2018년 새해 벽두에 옛 일을 생각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