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날 지는 달과 뜨는 달을 보다. 때마침 둥근 보름달이다.
좀 느긋해 질 나이도 지났건만 연휴에도 일상적 습관을 버리지 못하고 새벽녘에 일어나 서성거렸다. 매서운 추위가 계속된다는 일기예보에 집을 나섰다. 행여라도 가게 보일러가 얼지 않을까 하는 염려 때문이었다. 연휴는 일상이 연속되어 진다는 담보가 있어야 참 휴식이다. 이 추위에 보일러가 얼기라도 한다면 연휴 끝에 이어질 내 일상은 엉망이 될 것이다. 비록 노파심이라도 집을 나서야 했다.
첫새벽 녘에 둥근 보름달이 지고 있었다. 새해 첫 날 첫 새벽에 둥근 보름달은 운전을 멈추게 하였다. 내 일생 새해 첫 날 첫 새벽에 보름달을 본 적이 있었던가? 내 기억 속에 남아있는 60여년의 세월을 빠르게 돌아본다.
일상의 연속을 위하여 휴일 아침에 일터로 향하며 누린 이 놀라운 감흥이라니!
우연이었다.
다 저녁 무렵에 홀로이신 장인을 뵈러 가는 길에 둥근 보름달이 떠오르고 있었다.
새해 첫날 지는 달과 뜨는 달을 보는 일, 어쩌면 그도 일상(日常) 아닐까? 그 달이 보름달이어도.
2018년 첫날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