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에

추수감사주일에 한 해를 돌아본다. 어느새 노년의 초입에 선 내게 한 해는 참 짧다. 그저 모든 일들이 어제 같다.

오늘은 우리 부부가 적을 둔 교회가 아닌 델라웨어 한인 침례교회에서 예배를 드렸다. 장인 장모가 적을 둔 교회이다. 지난 해 장모께서 떠나신 후, 나는 그 교회 목사님께 약속을 드렸다. 일년에 네 번 쯤은 침례교회에서 예배를 드리겠노라고.

우리 내외는 침례교회 목사님 내외분을 비롯하여 교우들에게 큰 사랑의 빚을 지고 산다. 참으로 작은 신앙공동체이지만 공동체의 제 멋과 맛이 도두라져 내놓을만한 교회이다.

좀 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돌아가신 장모에게나 홀로이신 장인에게 딸, 사위보다 사뭇 가깝고 정겨운 교회 식구들이다. 감사 주일에 느끼는 감사의 크기가 남다른 까닭이다.

구순(九旬)을 코 앞에 둔 장인은 오늘 하모니카를 부셨다.

노인의 하모니카 소리에 함께 화답해 준 공동체 식구들에게 그저 감사할 뿐이다.

예배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우리 부부는 늪이 있는 공원에서 머물고 있는 가을의 마지막 풍경들과 함께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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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다. 어찌 성장하는 젊음만이 감사이랴! 살아있는 모든 것들이 모두 감사인 것을.

사랑에

겨울을 재촉하는 바람이 매서운 소리를 낸다. 부는 바람에 나무가 내어줄 잎새가 더는 없다. 창밖 풍경에 빠져있다가 메신저 울림 소리를 듣는다.

여호와께 감사하라. 그는 선하시며 그 인자함이 영원함이로다.- 시편 107편 한 구절이 담겨있는 추수감사절 카드를 보낸 이는 허춘중 목사님이다. 태국 치앙마이를 중심으로 인도차이나 선교 활동에 전념하고 있는 목사님인데, 젊어 한 때 추억을 공유하고 있는 분이다. 얼굴 본지는 얼추 40여년 저쪽 일이다.

추수감사주일 아침, 허목사의 전자카드가 내 정신을 깨운다.

맑은 정신으로 바울 선생의 소리에 귀를 연다.

피차 사랑의 빚 외에는 아무에게든지 아무 빚도 지지 말라 남을 사랑하는 자는 율법을 다 이루었느니라.(로마서 13 : 8, 개역개정)

남에게 해야 할 의무를 다하십시오. 그러나 아무리 해도 다할 수 없는 의무가 한 가지 있읍니다. 그것은 사랑의 의무입니다. 남을 사랑하는 사람은 이미 율법을 완성했읍니다.(공동번역)

Let love be your only debt! If you love others, you have done all that the Law demands.( The Contemporary English Version)

바울 선생은 매섭고 사나운 바람 뿐만 아니라 한점 미풍에도 내어줄 수 있는 잎새를 달고 살았던 나무였던 듯.

사랑의 빚을 세어보는 추수감사 주간을 보내야 할 터.

허목사에게 감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