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에 시래기를 삶았다. 삶은 때론 엉뚱하다. 다행히 집안 창문을 다 열어 놓아도 덥지 않아 좋았다. 시래기 삶기 좋은 여름날이었다 할까?
이른 아침 습관으로 일어나 커피 한잔 하면서 무언가를 찾노라고 골방을 찾은 게 일의 시작이었다. 올봄에 농사짓는 친구가 보내준 잘 말린 시래기 한 보따리가 눈에 뜨인 것이다. 우연찮은 충동으로 시작한 일은 만만치 않았다. 시래기 양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행히 오전 내내 창문을 다 열어 놓아도 에어컨이 돌지 않는 날씨에 감사하며 시래기를 삶고 우렸다.
이따금 엉뚱한 일을 벌리곤 하는 나를 바라보는 아내는 언제나처럼 담담하다. ‘많기도 하다. 누구랑 나눠 먹지?’
이따금 나가는 교회인데, 오늘은 교회 창립기념일 이라 예배시간이 좀 늦은 오후 시간이었다.
모처럼 만나 눙치며 반가운 사람들…. 무슨 말을 해도 ‘그러려니….” 웃을 수 있는 사람들… 따져보니 모두 일흔 이쪽 저쪽이다.
저녁식사까지 마치고 돌아와 집문을 여니 오호 집안에 밴 시래기 냄새!
냄새를 탓할 아이들도 없고, 아내는 시래기를 볶아 무치겠단다.
시퍼런 무우청이나 시래기나 다 뜻이 있지? 한여름이나 겨울이나, 아무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