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이에

주일 오후, 방 정리를 하다가 눈에 뜨인 오래 전에 쓰던 공책 하나. 내 나이 마흔 중반 어간의 기록들이다. 거의 스무 해 전에 끄적였던 낙서 가운데 하나가 오늘도 여전히 유효하게 다가선다. 아마 뉴스 탓일게다.


우리 사이에

그가 ‘우리 사이에’라 했지만
안경 너머 번득이는 동자엔
사이 뿐
우리는 없다
 
사이
그 틈으로 이미 회오리 일고
그 틈으로 어느새 깊은 강물 흘러
닿을 수 없다
 
그는 거푸 ‘우리 사이에’라 했다
 
눈물 쏟아 차라리
그 사이에 흐르는 강물 넘쳐
넘쳐 흘러
우리 잠기면 그 날
우리 될까
우리 사이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