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저녁, 서울 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6.10 항쟁 30주년 기념 행사 녹화 영상을 보며 세월을 뒤돌아 보았다. 그 때 그 수많은 인파 속에 나도 점 하나로 서 있었다. 그 무더위를 뒤로 하고 그 땅을 떠났다.
그리고 이 땅에서 이민 30년. 참 많이 변했다. 내가 느끼는 그 세월의 모든 변화들을 감사로 받아 드리고 싶다.
환갑 나이가 된 아내가 느닷없이 ‘진도 북춤’을 배워야겠다고 선언한 것은 올 초의 일이었다. 난 ‘저러다 말겠거니’했다. 아침에 일어나 계단을 내려오며 무릎이 시큰거린다는 아내가 그 일을 저지르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30년 전 아내는 한풀이 춤도 탈춤도 추곤했다. 그러나 그건 30년 전의 일일 뿐.
그러다 오늘 나는 왕복 300마일 ‘진도 북춤’을 배우러 가는 아내의 운전기사였다.
두 시간 춤을 배우고 난 뒤 아내가 물었다. “내가 할 수 있을까?”
지난 30년 동안 너나없이 모두가 그 물음으로 살아오지 않았을까?
30년 전 한풀이 춤을 추었던 아내는 이제 어느 날엔가 진도 북춤을 출 것이다.
그랬다. 30년이란 그저 시간의 흐름 가운데 하나의 점일 뿐.
그 점 하나에 대한 감사가 이어지는 밤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