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나이에 TV를 보며 운다. 흐르는 눈물을 감추려 하지도 않는다. 그냥 운다.
광주 항쟁 37주년 기념식 대통령 문재인의 연설을 들으며 운다.
그 때, 서울내기인 우리는 몰랐다. 광주의 아픔을. 그저 우리, 아니 단지 나의 아픔이었다. 쫓기던 나는 그 해 5월과 6월, 합수부 지하실에서 알몸의 수치와 치도곤으로 시간을 보냈었다.
그리고 아픔은 그 때 뿐, 나는 그 날 이후 오늘까지 부끄러움을 안고 살았다. 그저 건강한 생활인으로. 더더우기 멀리 멀리 미국까지 흘러와 이젠 미국시민으로, 딴나라 사람으로.
그렇게 나이 들어가던 내가 운다.
오늘 내 울음은 부끄러움이 아니다. 부러움이다. 자랑스러움이다.
대통령 문재인의 연설은 부러움이자 자랑스러움으로 내 눈물이 되었다.
겪어낸 아픔을 마주보고 치유할 때임을 대통령 문재인이 선언하였기 때문이다.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 때와는 다른 알 수 없는 아주 강력한 힘이 그와 함께 하였다. 그게 내 눈물의 원인이었다.
아마 그럴 것이다.
눈물을 흘리는 사람이 나와 당신 뿐만이 아니라 그 누군가가 하나 둘 늘고 있다는 사실.
바로 그 힘.
이 저녁, 이 나이에 흘리는 눈물이 부끄럽지 않은 까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