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길복의 시드니 인문학 교실 – 4
제 2강 -1 : 무엇을 ? (What ?) / 인문학의 정의와 역사적 흐름에 대해
1. 어떤 개념 (Concept, Name, Title, Term)을 정의(Definition)하는 것은 왜 중요할까요? 모든 개념에 대한 정의 속에는 그것의 본질과 지향점들이 이미 내포되기 때문입니다. ( 정치란? 경제란? 설교란? 정의란? 시와 시인이란? 교수란? 집사람이란? 결혼이란? 이런 개념에 대한 개인적 정의는 그의 생각과 사상을 나타내게 됩니다.)
2. 한자로 인문학(人文學)이란 ‘사람 人’자에‘글 文’자에 ‘배울 學’자를 씁니다. 사람 혹은 사람들이 남겨놓은 글과 말, 소리와 그림, 춤과 행위(말, 글, 그림, 낙서, 음악, 시, 춤, 몸짓 등)를 포함한 일체의 인간적 발자취와 흔적, 무늬와 자국들을 추적하고 살펴보고 되새기며 그 의미를 추적하고 그것들을 체계화하여 개인과 인류 공동체에 적용해서 보다 더 나은 상태로 발전시켜 보려는 시도와 노력과 연구를 총칭하여‘인문학’이라합니다.
그러므로 인문학의 출발점은‘사람’이고 인문학 연구의 내용도 ‘사람’이며 그 최종적 지향점도‘사람’입니다. 인문학은 ‘사람에 의한’, ‘사람에 대한’. ‘사람을 위한’ 학문입니다.(By the people, of the people, for the people)
3. 인문학은 ‘신학(神學)’이나 ‘천문학(天文學)’과는 구별됩니다. 신학은 ‘귀신 神’자에다 ‘배울 學’을 씁니다. 귀신을 공부하는 것이 신학 입니다. 그러나 신(神)은 배워서 알수있는 것이 아니라고 보는 입장이 크기에 神과 學을 연결하는 것에 대해서는 논쟁이 있습니다. 신학은 나타나 있지 않고 숨겨진 비밀스런 것들과 감히 접근 할 수 없는 신비스런 것들을 ‘신앙’의 대상으로 삼습니다.
천문학은 ‘하늘 天’자에다 ‘글 文’자를 씁니다. 하늘, 해, 달, 별, 바람, 구름, 비, 천둥, 번개, 안개 등 모든 자연계를 관찰하여 그것들의 이치와 원인, 배후와 원리, 현상과 법칙을 찿아내어 체계화하고 거기에서 어떤 보편적인 원칙을 발견하여 지금과 내일, 개인과 인류 공동체를 보다 더 나은 상태 – 안심, 평안, 행복, 만족 –로 만들어 보겠다는 시도요, 연구요, 노력입니다.
인문학은 ‘지리학(地理學)’과도 구별됩니다. ‘따 地’자에다 ‘다스릴 理’자를 쓰는 지리학은 일차적으로는 사람이 살아가는 이 땅 – 산과 바다, 나무와 숲, 강과 평야, 지하와 지상-을 연구의 대상으로 삼습니다. 인문학은 땅에서 일어나는 개인과 가정, 사회와 국가, 인류와 공동체 등 각종 조직이 남겨놓았거나 보여주고 있는 다양한 현상들을 살펴보고 분석하고 체계화하여 그 속에 있는 어떤 보편성있는 원리나 이론적 체계를 수립하여 개인과 인간 사회를 보다 더 의미있고 행복한 상태로 발전시켜 보려고합니다.
구체적으로 인문학은 인간을 중심하여 인간들이 생각하고 살아가면서 만들고 남겨둔 것들을 연구의 대상으로 삼습니다.
여기서 취급하는 주요 대상들은 다음과 같은 6개 분야 입니다.
(1) 언어학 –초기에는라틴어와 헬라어를 포함하는 고전어가 중심이었고 요즘은 현대의 언어철학도 포함된다.
(2) 미학 – 음악, 미술, 춤, 연극, 영화, 드라마 등 공연예술을 포함한 일체의 예술 분야.
(3) 문학 – 시, 소설, 수필, 희극, 비극 등 모든 문학작품.
(4) 역사학. (5) 종교학(신학 포함). (6) 철학.
4. 그러므로 인문학에서는‘人’ 곧 사람이 ‘文’이요 ‘글’이라고 봅니다.
人이 文이고 文이 곧 人입니다. 여기에서는 목적과 방법, 대상과 주체를 구별하지 않습니다. 사람을 연구하는 사람과, 동시에 그 연구의 대상이 되는 사람을 동일화 합니다. 프로타고라스가 인간을 만물의 척도 – Man is the Measure of All Things.– 로 보고 이어서 소크라테스가 철학의 중심 과제를 자연에서 인간으로 설정하여 ‘너 자신을 알라’고 하면서 하늘을 향했던 손가락을 인간에게로 방향을 돌린 것이 바로 인문학의 출발점이 됩니다.
5.서양 철학에서 ‘인문학’이란 라틴어의 Studia Humanitatis 를 직역한 것입니다. 영어로는 Study of Humanities 입니다. 어색한 말이긴 하지만 ‘휴매니즘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서양 철학사에서는 이 휴매니즘학, Humanitatis의 개념을 아주 다양하게 이해하고 해석해 왔습니다. 세분화하면 르네쌍스 휴매니즘, 계몽주의 휴매니즘, 인간주의 휴매니즘을 비롯하여 마르크스주의 휴매니즘, 실존주의 휴매니즘, 기독교 휴매니즘, 세속주의 휴매니즘 등등이 있습니다.
인문학이란 대단히 넓은 외연을 가진 개념입니다. 시대에 따라 강조점이 다르고 여러가지 형용사를 붙일수 있기 때문입니다. 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인문학에는 분명한 하나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것은 인간을 중심한 인간의 발자취, 인간의 흔적, 인간의 모습을 추적해 가는 인간학이라는 점입니다.
인문학은 인간학입니다. 신학은‘신’을 공부하고 자연과학은 자연을 연구의 대상으로 삼고 사회학은 사회를 탐구하고 인문학은‘인간’을 연구합니다. 인문학은 그 지향점이 인간 입니다. 예컨데 신학은 인간을 연구하면서도 신을 위해서 인간을 연구하는데 인문학은 신을 공부하면서도 인간을 위해서 신을 공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