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추(鵷鶵)와 올빼미

장자(莊子) 외편(外編)인 추수편(秋水篇) 열 네번 째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혜자(혜시惠施)가 양나라 재상으로 있을 때, 장자가 그를 만나고자 했다. 그 때에 어떤 자가 혜자에게 말했다.

“장자가 지금 오는 것은, 당신을 대신해서 재상이 되고자 함입니다”

이 말에 혜자는 두려워서, 장자를 찾으려고 나라 안을 사흘 밤낮으로 수색했다. 그러자 장자가 이를 알고 스스로 나타나서, 혜자에게 말했다.

“남쪽에 사는 원추(鵷鶵)라는 새가 있는데, 자네는 알고 있는가? 그 원추라는 새는, 남해를 출발하여 북해로 날아 가지만, 오동나무가 아니면 머무르지 않고, 귀한 열매가 아니면 먹지 않으며, 단맛이 나는 샘물이 아니면 마시지 않네.   그런데 썩은 쥐를 얻은 올빼미가 원추가 지나가자 제가 물고 있는 썩은 쥐를 빼앗으려는 줄 알고, 올려다 보면서 꽥 하고 호통을 쳤다네. 지금 자네는 양나라의 재상자리 때문에 나에게 꽥 하고 소리를 치겠다는 건가!”

혜시와 장자, 두 사람의 됨됨이와 크기 나아가 두 사람이 자신의 삶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느냐의 차이를 잘 드러내고 있는 유명한 일화입니다. 아마 장자는 그 자리를 뜨면서 호탕한 웃음 한자락 날렸을 것입니다.

또한 장자(莊子) 내편(內編)인 제물론편(齊物論篇) 아홉번 째 이야기에서 장자는 “方生方死(방생방사) 方死方生(방사방생)”이라는 말로 모든 삶과 사물에는 서로 상대성을 지닌다고 설파합니다.

“方生方死(방생방사) 方死方生(방사방생)” – 곧 삶이 있으면 죽음이 있고, 죽음이 있으면 삶이 있다는 말입니다.

삶의 참 뜻을 먼저 깨우친 옛 선생이 후대에게 남겨 놓은 말씀들입니다.

여러 해 전에 마지막 길을 떠나시기 전에 이런 말을 남기고 간 이가 있습니다.

<너무 슬퍼하지 마라.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 아니겠는가?>

삶의 참 뜻을 고뇌해 보지 못한 사람들에겐 아주 낯선 말 일 수도 있겠습니다. 그 이가 비록 원추는 아닐지라도 썩은 쥐로 배를 채우는 삶은 결코 살지 않았음을 증명해주는마지막 말이었습니다.

그리고 엊저녁에 정말 깜도 안되는 놈, 그야말로 제 배때기 하나 채울 욕심만으로 썩은 쥐새끼 입에 물고 정치 사기꾼질에 여념없는 천하의 못된 박쥐같은 잡놈이 원추를 보고 짖었다는 뉴스를 보다가 떠올린 장자 이야기 한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