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 잔치로 두루 번잡한 아침입니다. 늘 그렇듯 집안 일의 분주함은 대개 아내 몫입니다.
이른 아침에 이메일함에 들어온 메일 하나를 다시 읽습니다.
필라 연대집회 시간 : 11월 12일 4:00 pm 챌튼햄 H-Mart 앞 사거리 (인원 집중을 위해 집회를 오후 4시로 통일했습니다. 착오 없으시기 바랍니다.)
늦은 공지와 빠듯한 일정에도 불구하고 25명이 넘는 필라인들이 모여 동포간담회를 빛내주었습니다.
무당에 의해 헌법이 유린되고 온갖 부정과 탐욕으로 점철된 현 박근혜 정권을 타도하고자 굳은 결의를 다졌습니다.
지금 현재 광화문 광장에는 100만의 인파가 모여 외치고 있습니다.
부패와 무능으로 얼룩진 박근혜 정권의 타도를 넘어서 약자가 억압받고 더욱 열악한 경쟁 속으로 내몰리는 이 부조리한 현실을 성토하고 깨부수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입니다.
– 중략 –
우리는 현재 반드시 해야할 하나의 과업을 바로 눈 앞에 두고 있습니다.
권력에 맞서 당당하게 정의와 진리를 쟁취해가는 그 영광스런 역사를 여러분과 함께 만들어 가고 싶습니다.
– 민중총궐기 연대집회는 모두에게 열려있습니다.
기본적인 피켓은 준비되어 있으나 개인적으로 피켓을 만들어오셔도 됩니다.
필라 세사모는 시국성명 및 11월 12일 민중총궐대회와 함께 하겠습니다.
엊저녁에 있었던 필라동포 간담회에서 나누었던 이야기들을 새겨봅니다.
그리고 나는 왜 오늘 아침 광화문 소식에만 꽂혀있는지? 떠나온지 30년, 아이들은 이미 미국인이 되어 트럼프만 어이없어 하는데…
그러다 손에 쥔 시 한 편. 정호승님의 <사랑한다>입니다.
그래, 끝내 잊지 못할 사랑이기 때문입니다. 어떤 모습이어도 사랑해야만 하는 내 부모와 아이들처럼…
<사랑한다>
- 정호승
밥그릇을 들고 길을 걷는다/ 목이 말라 손가락으로 강물 위에/ 사랑한다라고 쓰고 물을 마신다/ 갑자기 먹구름이 몰리고/ 몇날 며칠 장대비가 때린다/ 도도히 황톳물이 흐른다/ 제비꽃이 아파 고개를 숙인다/ 비가 그친 뒤/ 강둑 위에서 제비꽃이 고개를 들고/ 강물을 내려다본다/ 젊은 송장 하나가 떠내려오다가/ 사랑한다/ 내 글씨에 걸려 떠내려가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