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devil) 둘을 놓고 누굴 고르겠니? 차라리 포기할래.”, “글쎄, 여기야 민주당 텃밭이니까… 그래도 좀 이상한 느낌은 있어.” “군사학교(Military Academy) 다닌 놈이 막상 전쟁(베트남 전쟁) 터지니까 군대도 기피한 놈을.”– 어제 가게 손님들에게서 들었던 말들이다. 조금 일찍 가게 일을 마치고 투표를 한 뒤, 개표뉴스를 보다가 일찍 자리에 들었었다.
그리고 오늘, 가게 손님들에게서 들은 이야기들이다.
“드디어 백인 남자 대통령이야!”, “오늘 기분 어때? 그저 그렇다구? 넌 클린턴이었던 모양이구나?”
어제, 오늘 내게 그런 말들을 던진 이들은 모두 백인 남성들이었다.
백가쟁명으로 선거 결과에 대해 넘쳐나는 뉴스들을 훑으며 든 생각 하나. 선거 결과는 이 땅에서 시민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겪어내야만 하는 알 수 없는 미래라는 것을.
4년이라는 긴 세월을 트럼프에게 대권을 쥐어준 미국에서 이제 나는 어제처럼 이 땅의 시민으로 별 걱정없이 살 것이다. 뭐, 살만큼 살았으므로.
그러나 이 땅에서 살아가야만 하는 내 새끼들을 위한 염려가 이어지는 것을 어찌하리.
호들갑들을 떨지만 사실 따지고보자면, 역대 미국 최고 권력자들과 권력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를 들추어보면 트럼프는 그저 보통 수준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그저 염려하는 것은 시민이 아닌 우민(愚民)들이 외치는 USA 소리에 묻힐 듯한 천부(天賦)의 사람 모습.
그래도 한가지 남은 기대라면 분칠 좋아하는 이 사회의 습관이 최소한의 염치는 지닐 것이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