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문(金門, Golden Gate)
금문교(金門橋, Golden Gate Bridge)로 향했다. 아무렴, 샌프란시스코인데 금문교 배경으로 얼굴 사진 하나 정도는 찍고 가야 마땅한 일이었다.
가는 길에서 만난 단독주택들은 작고 마당은 없지만 아주 예뻣다. 특히 집 색깔들이 동부에서는 보기 드문 풍경이어서 자꾸 눈길이 갔다.
우리 일행중에 주로 수다(?) 담당이었던 아내가 느닷없이 샌디에고에 있는 어느 목사에게 전화를 한다. 샌프란시스코와 샌디에고는 같은 캘리포니아라도 약 500마일(800km) 떨어진 곳이건만 아내는 San Diego와 San Francisco에서 San만 생각했던 모양이었다.
하나아빠처럼 1.5세 이민인 그이는 속한 교단에서 차세대 목회자로 손꼽혔던 사람이다. 내 나이 또래인데 벌써 준은퇴상태이며, 손주가 다섯이란다. 내외 모두 건강 문제로 꿈의 크기를 줄였나보다. 이즈음엔 책을 쓰고 있단다.
벌써 두 해가 지났다. 그가 모처럼 내가 사는 동네에 왔었다. 강변을 걸으며 그는 김광석이 부른 ‘서른 즈음에’를 웅얼거렸었다. 난 그런 그이를 아내못지 않게 좋아했다.
안개속을 달리다보니 이미 금문교를 건넜다.
우리가 본 금문교는 이런 멋진 모습들이 아니었다.
그저 이렇게 안개 속이었다.
사진을 찍으며 금문교에게 너무나 미안하게도 나는 제2한강교와 절두산을 생각하고 있었다. 한때 세계최고, 최초라는 여러 수식어가 붙었던 금문교에게 정말 미안하리만치 내겐 큰 감흥이 없었다. 셋 중 하나였으리라. 내가 이미 늙었거나, 넘쳐나는 세계 최초와 최고들로 인하여 둔해졌거나, 아니면 안개 때문이었거나.
한여름 대낮이었건만 안개는 거치지 않았고 추웠다.
다리 아래로 내려가서야 감탄이 일기 시작했다.
금문교 옆 Sausalito 마을을 들리지 않았다면 그나마 금문교에 대한 정취는 별로 남아있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Sausalito는 우리를 매료시켰다.
먹을거리는 우리들의 눈과 입맛과 배를 완전하게 정복하였다.
스페인 여행중이던 하나는 제 아빠가 Sausalito에 있다는 문자를 보내자, ‘거기있다면 자전거를 빌려 타보라’고 했단다. 아이들은 아직 우리들의 나이를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
우리는 자전거 대신 해변에서 앉아 놀았다.
Sausalito에서 금문(金門,Golden Gate)을 지나 누리고 있는 내 이민의 여유를 보았다고 한다면 과장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