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여행 – 15

길 – 두 개의 다른 시선

“이 세상에는 두 개의 시각이 있다. 세상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두 개의 시각. 성장으로 보는가, 아니면 쇠퇴로 보는가! 시인의 눈으로 보면, 신의 눈으로 보듯이 삼라만상은 활기차고 아름다워 보이리라. 그러나 역사의 눈으로 본다면, 혹은 과거의 눈으로 본다면 모든 것은 활기없고 공격적으로만 보여지리라. 만약 자연을 중단이라고 생각한다면 모든 것은 즉시 죽고 부패 하겠지만, 진보라고 생각한다면 자연은 더없이 아름다워지리라.”

초기 미국의 정신이었던 헨리 데이빗 소로우가 남긴 말이다.

그는 노예제도와 멕시코 전쟁에 항거하며 동부 메사추세스 콩코드 강변 월든 숲속에서 오두막 집을 짓고 살았다 . 그가 숲속에 작은 길들을 만들며 사색했던 그 무렵 서부에서는 새로운 세상이 열리고 있었다.

멕시코와의 전쟁에 승리한 후 텍사스와 캘리포니아를 차지한 지 얼마 안되어 신생국가 미국인들에게 꿈 같은 이야기들이 급속히 번지기 시작하였다. 일확천금의 꿈 이른바 골드러시(Gold rush)의 복음이 퍼진 것이다. 그 때의 상황을 앙드레 모로아는 그의 미국사에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

“ 이 소식이 동부로 전해지면서 소위 골드러시가 시작되었다. 1849년 한 해에만 캘리포니아 인구는 6,000명에서 8만 5천명으로 늘어났다. 그전까지 한 어촌에 지나지 않던 샌프란시스코는 몇면간 인구 5만이 넘믐 도시가 되었고 얼마 후에는 20만의 대도시로 발전했다.하지만 교통은 여전히 불편했다. 어떤 사람은 해로로 남미의 케이프혼을 돌아서 들어왔고, 또 어떤 사람은 파나마 지협을 넘는 육로와 해로를 거쳐 모여들었다. 그리고 그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오리건과 유타를 거치는 산길을 통해 찾아왔다. 도중에 수천 명이 피로와 기아, 험난한 산맥, 인디언에게 희생되었지만 무덤으로 뒤덮힌 길을 지나 끝내 목적에 도달한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동부 콩코드에서 헨리 데이빗 소로우가 산책으로 숲속 길을 만들던 그 무렵 누군가는 황금을 얻으려  캘리포니아로 가는 육로를 만들고 있었다. 정신과 물질, 어느 것이 우선일까? 과연 선택해야만 하는 명제일까?

우리는 시에라네바다산맥을 넘어 샌프란시시코로 가는 그 길을 기차 대신 버스를 이용해 갔다.

dsc02359a

그레이 하운드 버스.

내가 고등학교 때 일이었다. 그 무렵 막 경부고속도로가 놓였고, 서울역 맞은 편에서 그레이하운드 버스를 타고 부산을 가보는 일은 그야말로 꿈이었다.

2016년 미국에서 그레이하운드를 타는 일이란 꿈이 아니라, 마지못해 선택하는 일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만큼 교통수단으로는 환영 받지 못한다는 말이다.

하지만 여행이란 경험을 즐기는 일일 수도 있거니와, 네바다 Reno에서 캘리포니아San Francisco 까지220마일(약 354km)을 일인당 단돈8달러에 탈 수 있었던 그레이하운드를 마다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잠시 착각을 하고 호텔에서 그레이하운드 정류장까지 채 반마일도 안되는 길을 택시를 이용해  15달러를 지불하고서야 버스를 탄 이야기 역시 경험을 즐겼다고 말하기는 아프지만 말이다.

20160729_151432a

20160729_121552a

시에라네바다를 넘어선 후  캘리포니아  풍경은 이중적이었다. 이제껏 본적 없는 넓고 풍요로운 과수 농장과 함께 화재로 민둥산이 된 곳에 위치한 주택가들, 태평양 물을 받아 안은 멋진 해안을 배경으로 한 도시 풍경과 함께 시야에 들어 온 거리 노숙자들의 숙소였다.

dsc02370a

dsc02403a

dsc02390a

모든 길은 이중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