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세미티 가는 길
네바다 Reno 시에서 요세미티 공원 입구인 캘리포니아 Mono Lake 까지의 거리는 약 140마일(225km), 예상소요시간 약 3시간 정도였다. 단 이것은 교과서 정보였을 뿐, 충청도 사나이 하나아빠에게는 딱 두시간이면 족한 거리였다.
눈 앞에 풍경만으로는 엄청 높은 산지를 달리고 있는 듯도 하였고, 그저 대평원을 달리는 느낌도 들었고, 때론 사막을 달리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저 경이로움의 연속이었다.
네바다 – 캘리포니아 경계선에는 검문소가 있었다. 매우 낯선 풍경이자 처음 겪어보는 일이었다. 메인주에서 플로리다까지 동부 여러 개 지역을 다녀 보았으나 주 경계를 넘으며 검문소를 본 것은 처음이었다. 캐나다 국경을 넘으며 만났던 검문소 만큼 철저하지는 않았고 그저 형식상 이루어진 검문이었지만 낯설기는 마찬가지였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좁은 땅에 검문소가 어찌 그리 많았던지. 아주 먼 옛일이 되었지만, 검문소를 피해 멀리 우회해서 도망치듯 경계를 넘었던 일이 더러 있었다. 청춘이었던 시절에. 검문소를 보며 내 스물 무렵이 떠오른 일도 조금은 생소한 체험이었다.
우리 차가 검문소에 정차하자 “어디에서 오는 길이냐”고 경비원이 물었다. 하나 아빠가 충청인답게 잠시 뜸을 드리는 사이 서울내기인 내가 잽싸게 대꾸했다. “Reno!” 검문은 그것으로 끝이었다.
10대 나이에 이민을 온 하나아빠가 웃으며 말했다. “거 참 뭐라할지 잠시 망설였네. 리노, 아니면 델라웨어, 아니면 한국…” 그랬다. 아직도 우린 한국에 닿은 사람들이었다.
캘리포니아 하면 산불이라더니 군데 군데 까맣게 타버린 풍경들이 눈에 띄었다.
요세미티 공원에 들어서기 전에 있는 모노호수(Lake Mono)에 이르러서야 운전대를 잡은 하나아빠도 잠시 쉴 수 있었다. 이곳은 호수 밑에서 자란 tufa라는 암석이 유명하단다. 안내소에는 영상물 상영관과 전시관이 잘 꾸며져 있었다.
전시관내 설명 가운데 눈에 뜨인 것은, 이곳에 터잡고 살던 인디언들의 거주시설과 후에 이 땅을 차지한 개척자들의 주거형태 모형에 대한 안내였다. 인디안들의 초라하고 허술한 주거형태가 개척자들에 의해 현대화(?) 되었다는 설명이었는데, 뭐 인정한다 하더라도 인디언들의 거주공간에 담겨 있던 이야기들이 사라진 연유가 함께 했었다면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었다.
증명사진 몇 장 찍고 이제 요세미티를 오른다. 이 때만 해도 우리는 모노호수(Lake Mono)가 해발 6,383 ft (1,946 m) 고지에 위치에 있다는 사실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