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모처럼 만난 지인과 함께 점심식사를 하는 자리였다. 이런저런 이야기 끝에 최근 한국에서 새로 임명된 장관 한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화제로 올랐다. 새로 임명된 그 장관과 지인은 동향이었으며, 장관이 한때 미국에서 지낼 때 가까이 지냈다고 한다. 지인이 내게 했던 말이다.
“나는 그 친구를 아주 성실하고 깨끗한 사람이라고 기억하고 있어요. 공직자으로써 자기 일에 매우 충실한 사람이기도 했고요. 내가 뭐 한국 떠나온지 40여년인데 그쪽 뉴스 어디 그렇게 잘 보나요? 낯익은 이름이 뉴스에 나오길래 좀 눈여겨 보았지요. 처음엔 참 잘됬다 싶었어요. 그만한 사람이면 장관 한번 할만하지하는 생각도 들었고요. 허 근데…. 그거 아니더구먼요. 내가 사람을 잘못 봤었나하는 생각도 들고요, 아니면 사람이 많이 바뀐 것인가? 하는 생각도 들였고요. 아무튼 그 친구에 대한 뉴스들을 주욱 보면서 한국사회 이른바 엘리트계층이 참 많이 상했구나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언제부터인가 나는 내가 사는 동네 한인들을 만나 한국에 대한 이야기, 특히 한국 정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경우는 거의 없다. 화제가 그쪽으로 달려가면 나는 슬그머니 자리를 뜬다. 경험상 시간과 에너지 낭비를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특히 영남이나 호남 출신들이 주를 이루는 모임에서 한국정치 이야기가 나오면 거의 그날 하루 기분을 잡치는 일이 되고 만다. 출신지역 뿐만 아니라, 언제쯤 이민을 왔는지, 하는 일이 무엇인지에 따라 들어보나마나 그들이 하려는 말은 이미 들은 것이나 다름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여 가깝게 지낼수록 한국 정치 이야기는 금물이다.
개인적으로 만나면 다 좋고 착하며 자기 일에 성실한 사람들이다.
여기 살다보면 한국에서 연수나 연구차 또는 파견근무 등등으로 일이년 정도 단기 거주를 하거나 수년 동안 장기거주를 하다가 한국으로 돌아가는 이들과 연을 맺을 기회가 있기 마련이다. 그들 가운데 회사원들도 있지만 주로 공무원들이나 교수들이 많다.
내 기억 속에도 손으로 꼽을 수 없을만큼 많은 얼굴들이 있다. 생각해 떠올릴수록 모두 좋은 사람들이었고, 착하고 자기 일에 성실한 사람들이었다.
그들 가운데 종종 한국 뉴스에 오르내리던 인물들도 있었다. 대개의 경우 며칠전 지인이 이야기했던 신임장관과 같은 인물의 모습으로 뉴스에 오르내리던 것이었다. 그 때마다 나 역시 지인처럼 혀를 차곤 하였다.
그러나 그들이 지인이나 내가 만났던 사람들의 현재 모습을 대변한다고는 결코 생각치 않는다. 그들보다 많은 이들이, 아니 그들 빼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전히 착하고 성실하며 자기 일에 충실한 사람들의 모습으로 공직이나 교직에서 땀흘리고 있을 것이라는 믿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