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두어 주 전에 Jury duty(배심 의무) 로 법원에 다녀온 적이 있다. 그날 배심원으로 소집된 사람들을 위한 오리엔테이션을 받으면서 들었던 말이 떠오른다.
“법정에 들어가기 전에 이 다섯 가지를 명심하십시요. 첫째 공정해야 합니다. 둘째 주의깊게 들어야 합니다. 셋째 배심 사건에 대해 누구에게도 말하지 말아야 합니다. 넷째 언론과 접촉 해서는 안됩니다. 다섯째 상식적으로 판단하시기 바랍니다.”
그날 교육자는 마지막 항목인 상식적으로 판단하라는 것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법정은 배심원 여러분들에게 전문적인 법률지식을 요구하는 것이 아닙니다. 여러분들에게 요구되는 판단 기준은 바로 상식입니다.”
상식이란 것이 어느 곳, 어느 때나 항상 옳은 것은 아니다. 또한 시대와 상황에 따라 상식은 바뀔 수도 있다. 그러나 상식적 판단이란 비단 법정에서 뿐만 아니라 사람 살아가는 모든 일상에서 매우 중요하다. 왜냐하면 상식이란 자기 자신 뿐만이 아닌 다른 사람들을 함께 생각하는 마음이 전제되어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걸어다니는 혁명가”로도 불리우는 토마스 페인(Thomas Paine 1737 – 1809)은 그의 별명과는 다르게 “상식(Common Sense)”이라는 책으로 유명한 사람이다. 만일 그의 저서 “상식”이 없었다면 역사상 미국독립은 없었거나 늦어졌거나 아니면 다른 모습으로 나타났을 것임으로 세계사가 바뀌었을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많다.
토마스 페인(Thomas Paine)이 말했던 상식은 지극히 간단한 것이다. 바로 민주공화국이 옳다는 것이다. 그 시대 그가 말한 민주공화국의 주인이 백인 남성으로 국한된 지극히 편협한 상식일지라도 그것은 혁명이었다. 민(民)이 주인되는 세상이 상식이라고 선언한 까닭이다.
그가 “상식”에서 말하는 말하는 사회(society)와 정부(government)를 곱씹다보면 민이 해야할 일들이 저절로 들어난다. 하여 상식이 혁명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사회를 만든 것은 우리의 필요이고, 정부를 만든 것은 우리의 악함이다. 사회는 우리의 관심을 통합함으로써 적극적으로 우리의 행복을 증진시키고, 정부는 우리의 악함을 억제함으로써 소극적으로 우리의 행복을 증진시킨다. 전자는 소통을 촉진하고, 후자는 구분을 만들어낸다. 전자는 후원하고, 후자는 징벌한다.
사회는 어떤 것이라도 축복이지만, 정부는 최고의 것이라도 필요악일 따름이다. 최악은 참을 수 없는 정부다. 정부에 의해 괴롭힘을 당하거나 고통을 겪을 경우 우리는 차라리 정부가 없는 나라가 더 낫다고 생각한다. 우리를 괴롭히는 수단을 우리 자신이 만들었다고 생각하면 우리의 불행은 더욱 커진다.
Society is produced by our wants, and government by our wickedness; the former promotes our happiness positively by uniting our affections, the latter negatively by restraining our vices. The one encourages intercourse, the other creates distinctions. The first a patron, the last a punisher.
Society in every state is a blessing, but government even in its best state is but a necessary evil; in its worst state an intolerable one; for when we suffer, or are exposed to the same miseries by a government, which we might expect in a country without government, our calamity is heightened by reflecting that we furnish the means by which we suffer.>
그리고 2016년, 자신이 살고 있는 사회와 정부를 향해 제발 “상식을 지켜 달라”며 단식으로 곡기를 끊은 사람들이 있다.
“그동안 할 수 있는 건 정말로 다 해봤어요. 이제 진짜 할 수 있는 게 이것밖에 남지 않아 단식을 합니다. 오늘도 피가 마르고, 빼가 녹는 유가족들이 더는 거리에 나서지 않을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지난달 23일 오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세월호 참사 당시 아들 재욱 군을 잃은 홍영미씨가 단식농성을 시작하며 한 말이라고 한다. 이날 홍영미씨는 세월호 특별법 개정과 특검 도입 등을 요구하며 지난달 17일부터 무기한 단식농성에 들어간 유경근 집행위원장과 장훈 진상규명분과장과 함께 동조 릴레이 단식농성에 나선 것이었다.
“아직도 제대로 울어보지 못하고 진실을 찾기 위해 목숨을 건 싸움을 하는 유가족들을 응원하며 함께 합니다.”
단식이 상식이 되어버린 세월호 유가족들에게 필라델피아에서 동조 릴레이 단식을 시작하며 누군가 던진 말이다. 그렇게 하루씩 이어가며 필라델피아에서도 단식이 이어지고 있다.
“살아생전 처음으로 단식을 해 보았습니다. 밥 먹는걸 지상 최대의 행복으로 알고 지금도 모든 소득을 먹는 것에 투자하는 저에게 단식은 가장 힘겨운 과제였는지도 모릅니다. – 중략 – 2년이 넘게 이런 고통에 힘겨워 하시는 세월호 유가족분들을 생각해 봅니다. 가족과의 시간을 송두리째 빼앗긴 것도 모자라 여전히 진실보다는 온갖 말도 안되는 비난과 거짓에 고통받고 있습니다. 부디 하루라도 빨리 진실규명이 이루어져 세월호 유가족 모두가 이 고통에서 자유롭게 되길 희망합니다. 그 날이 올때까지 응원과 연대의 마음을 전합니다.”
“지금의 세월호 유가족들의 단식은 세상의 변화와 발전을 위해 힘을 솟아나게 하고 있다. 세월호 이전과 이후은 달라져야 하고 바꿔져야 한다. 유가족들의 사생결단의 의지가 있고, 지지, 동조, 연대하는시민과 사회 단체들과 해외동포들도 적지 않다. 비록 하루이며 작은 힘이지만 동조, 지지, 연대하면서 커다란 물결로 변화 발전해 나간다면 안전하고 정의로운 세상은 어디서나 만들어 갈 것이다.”
상식이 혁명이 되어, 언제 어디서건 얼굴색깔 구분없이 빈부귀천 남녀노소 차별없이 모든 목숨을 귀하게 여기는 사회와 정부를 선택해 만들고 세우는 세상을 꿈꾸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