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여행 – 9

꿈을 꾸다

대평원을 달려온 기차는 덴버에서 긴 시간을 쉬었다. 이제 로키산맥과 시에라 네바다 사막과 산맥을 넘기 위해 호흡을 조절하기 위해서였다. 역무원들은 열차에 새로운 공급물자들을 나르기에 바빳다.

덴버는 고도 해발 1마일(5,280ft, 1,610m) 높이에 위치하고 있단다. 솔직히 우리는 그렇게 높은 곳인지를 느끼지 못했다.

이제 열차는 최고 높이 14,440 feet (4,401 m)에 이르는 로키 산맥을 넘어간다. 열차를 타고가며 산꼭대기에 흰천처럼 덮어있는 것이 만년설이라는 것을 우리가 믿게된 것은 로키가 아닌 시에라 네바다의 요세미티에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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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를 타고 바라보는 로키의 풍경들이 한라산, 백두산보다 높다는 게 실감이 되지 않았던 것이다.

자연에서 노는 곰을 본 것은 처음이었다. 콜로라도 강변에서 유유자적하며 우리가 탄 기차를 쳐다보고 있는 곰을 넋나간 채로 쳐다보다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일을 잊었던 것이 지금도 아쉽다.

콜로라도 강에는 rafting 놀이를 하는 젊은이들이 많았는데 기차를 보고 이들이 보내는 인사가 재미있었다. 바지를 무릎까지 내리고 맨 엉덩이를 드러내서 손을 흔들듯 엉덩이를 흔드는 것이었는데 사내 아이들 뿐만 아니라 젊는 처자들도 그 대열에 끼어 있었던 것이다. 곰과는 다르게 차마 카메라를 손에 들수 없었다.

나는 로키를 넘어가면서 신과 인간에 대한 생각을 해보았다. 그것은 자연과 인간이라고 해도 좋고, 인간과 인간이라고 해도 좋으리라.

그 산을 넘으며 꿈을 하나 키웠다. “언젠가 겨울에 이 산을 다시 넘으리라”고.

동영상 편집을 좀 할까하다가 말았다. 그저 자연과 인간을 그대로 느끼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