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스러움
‘촌스럽다’는 말이 딱히 부정적인 뜻을 담고 있는 것은 아닐지라도, 시대에 좀 뒤쳐진 모습을 표현할 때 흔히들 쓴다. 그런점에서 나는 충분히 촌스럽다고 할만하다. 실제 촌에서 산지도 삼십년이 되었다.
가까이 필라델피아를 나갔다가 돌아오면서도 내 촌스러움을 느끼곤하지만, 뉴욕이나 워싱톤을 다녀오는 날이면 그 느낌의 크기가 제법 커지는 것이다. 뉴욕이나 워싱톤보다 더 큰 느낌으로 내 촌스러움을 확인했던 때는 한국방문 후의 일이였다.
촌에 살아서 갖는 촌스러움에 위에 내 쓸데없는 고집이 그 촌티를 더하곤 한다. 일테면 아직도 cell phone 곧 손전화없이 산다는 것이랄까, 삼십 수년전 결혼 때 입었던 양복을 입고 다닌다거나, 아직도 아내에게 머리깍는 일을 맡긴다거나 하는 일들이 그렇다.
툭하면 아내가 내게 던지는 말 가운데 하나가 바로 “촌스럽다”이다.
미국 기차에는 바로 그런 촌스러움이 함께 한다. 그러나 나의 촌스러움과는 다르다. 나는 한때 잘 나갔거나 최첨단 유행의 첨병이었던 때란 꿈에도 꾸어보지 못한 처지지만 미국의 기차는 다르기 때문이다.
미국 기차는 한때, 그러니까 서부개척시대였던 19세기 초반부터 20세기 초까지 약 100여년간 신흥제국 미국의 힘을 상징하는 대표주자였다.
그러다 1940대 이후 미국에 자동차들이 덮히기 시작하고, 1970대 이후에는 비행기가 미국 하늘에 사통팔달로 길을 내기 시작하면서 촌스러움의 대명사가 되고 말았던 것이다.
아마 한국에서 KTX를 타본 사람이 워싱톤 dc에서 보스톤까지 오가는 기차를 타본다면 아마 “아이고, 이게 무궁화호냐? 통일호냐?”냐고 할지도 모르며, 그 라인이 미국내 철도에서는 그나마 현대식이란 사실을 알면 아마 크게 놀랄 것임에 틀림없다. (물론 통일호, 무궁화호를 모르는 세대도 있겠지만)
화물은 그런대로 기차가 유용한 편이 많이 있겠지만 여객 운송에 있어 기차는 자동차와 비행기에 대부분 그 역할을 뺏긴지 오래되었고 이즈음에는 버스에게도 그 자리를 내주고 있는 형편이다.(일테면 내가 사는 곳에서 뉴욕 맨하턴 Penn station 까지 기차로는 편도 100달러 정도인데 이즈음 Greyhound(왕복 50달러 정도)와 경쟁하는 Megabus를 잘 골라타면 1달러에 편도 이용할 수도 있기에.)
통상 한나절이나 하루 길이면 자동차를 이용하는 편이고, 그 이상의 거리면 비행기를 이용하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에 기차는 점점 교통수단으로 후순위에 놓이게 된 것이다.
심지어 기차는 생활인들의 교통수단이라기 보다는 시간과 돈의 여유있는 사람들이 이따금 이용하는 교통수단 정도로 인식되기까지하는 현실이다.
그러니 당연히 열차여객사업이란 곧 적자사업이었다. 그것이 개별 회사에서 운영하던 전국의 열차운행 사업을 연방정부가 받아 Amtrek이라는 공기업으로 묶고 열차여객 사업을 전면 재검토하게 된 연유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0년 기준치로 보면1억3000만 달러의 적자를 보았다고 한다.
우리가 탓던 시카고에서 샌프란시스코를 달리는 관광열차 California Zephyr 역시 바로 이런 적자를 면하려고 내놓은 상품 가운데 하나이다. 다행히 우리가 탓던 기차는 정시에 출발하였지만 Amtrek 웹사이트에 나타난 이 관광열차의 정시 운행율을 보면 여전히 촌스럽다는 표현이 어울린다 할만하다.
그렇다하여도 이번 기차여행은 내겐 거의 100% 만족한 것이였으며, 이점에는 아내나 하나엄마 아빠도 동의하였다.
2인 1실 침대칸 내부
의자를 펴서 침대로
2층으로 침대 하나 더
기차내 lounge 차량
기차내 식당
셀카봉으로 처음 찍은 사진 – 이 촌스러움이라니
졸음이…(노란 세월호 팔찌를 차고 다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