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소나기를 만나 단풍나무 숲이나 길게 뻗은 소나무 가지 밑으로 비를 피하게 되었을 때도 그 후미진 곳을 세밀하게 관찰한다면 그 잎사귀나 나무껍질 속, 혹은 발 아래의 버섯에서 새로운 놀라운 세계를 발견하게 되리라.>
헨리 데이빗 소로우가 남긴 말에 귀를 기울이며 메모리얼데이 연휴 마지막 시간들을 보내고 있습니다.
오늘은 일년에 한번 애국가와 미국가를 불러보는 날입니다. 올해로 델라웨어 한인축제가 27년 째를 맞습니다. 모처럼 만난 동네 올드 타이머의 얼굴들을 보며 세월이 많이 흐른 것을 실감했습니다.
해마다 이 행사에 초청하는 한국전쟁 참전용사들과 가족들 수는 이 행사의 주인들인 한인들 숫자 만큼이나 부쩍 줄었습니다.
때마침 공원 나들이를 나오신 종(種)을 알수없는 견공 연세가 올해 12살, 사람 나이로 치면 여든 넷이랍니다. 모두 세월 탓인 모양입니다.
그래도 행사를 위해 현악기를 연주해 주는 한국전쟁 참전용사 가족이 끼인 악단도 있었거니와
아직도 땜방을 마다치 않고 징채를 잡은 제 아내가 끼인 사물놀이도 있었답니다.
어제는 손주사위가 드린 선물에 흐믓해 하시는 제 아버님의 생신이었습니다. 조카사위(아버님의 손주사위) 녀석이 건넨 선물 보따리에는 백세주도 담겨 있었답니다. 아버님의 백세, 채 십년도 안되어 맞을 시간입니다.
엊그제는 델라웨어 한국학교가 봄학기 종강과 함께 개교 30주년 기념을 하는 조촐한 행사를 치루었답니다. 27년 째 이 학교 선생으로 지내온 아내가 교장으로 치룬 행사랍니다.
어느덧 우리 부부도 올드 타이머가 되어 버섯 키우는 이끼 낀 나무가 되어가는 모양입니다. 아니 그냥 이끼가 되어 가는 줄도 모를 일입니다.
놀라운 세계란 딱히 숲속에 있는 것만도 아니거니와 무릇 멀리 있지 않은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