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랖

보는 이에 따라 제 주제 모르고 오지랖 넓게 나선 짓일지도 모릅니다. 어제 있었던 일이랍니다.

제가 이 곳에 산지도 서른해가 되었습니다. 이제는 이곳 이름을 아는 한국인들이 많지만, 미국인들 가운데서도 낯설다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로 작은 주(州)입니다. 크기로 따져 The State of Rhode Island and Providence Plantations이라는 긴 정식 이름과 달리 가장 작은 주인 로드 아일랜드주에 이어 미국에서 두번 째로 작은 주입니다. 델라웨어 주(State of Delaware)입니다. “첫 번째 주(First State)”라는 별명으로 불리우는 까닭은 미국 독립 당시 13개 주 가운데 미국 헌법을 가장 먼저 승인하고 서명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주 전체 면적이 6,452 km² 이니 한국의 충청북도(7,431.50 km²)보다도 작답니다. 주 전체 인구라야 백만명에 채 미치지 못하고요. 이 곳에 사는 한인 인구수도 정부 인구조사 통계를 기준으로 하면  겨우 이천을 넘는 숫자랍니다.

다 저마다 살기 나름이겠지만 큰 욕심없이 살려는 사람들에겐 한적하니 살기 좋은 동네랍니다.뭐 숨넘어 갈 듯 바쁜 일도 별로 없거니와 이웃들과 부딛히며 살 일도 딱히 없는 곳이랍니다. 주일에 한인교회를 나간다거나 동네 유일한 한인 마켓에 들른다거나하는 일이 없다면 한인들끼리 마주칠 일도 거의 없는 동네이지요.

이런 동네에서 어제 서른 명 가량의 한인들이 모여 세월호 다큐멘타리 영화인 <업사이드 다운>을 함께 보고, 세월호 참사와 지난 2년 동안의 이야기들을 나누었답니다.

물론 모인 동네 분들에겐 낯선 주제였답니다. 평소 관심이 없었거나, 오랜 옛일로 기억하거나, 이미 다 정리된 먼 나라 이야기 쯤으로 알고 있었던 이야기였습니다.

참석한 이들 가운데 또 다른 한 축은 필라세사모(세월호를 기억하는 필라델피아 사람들의 모임) 활동을 함께 하는 이들이었습니다.

자연스럽게 한 쪽은 묻고 한 쪽은 답하는 그런 분위기의 모임이었지요.

한국내에서 일어난 일과 관련된 행사라고는 좀체 없었던 시골 동네에서 가진 모임이라 참석하셨던 동네분들에게 그저 감사함을 드린답니다. 황금같은 주일 오후시간에 먼 나들이 해주셨던 필라세사모 식구들에게도 넘치는 감사를 드리고요.

비록 보는 이에 따라 제 주제 모르고 오지랖 넓게 나선 짓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만드는 일에는 때론 주제 모르고 오지랖 넓게 나서는 놈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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