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배달된 꽃병을 가르키며 오는 손님에게마다 아내는 말했답니다. “내 딸아이가 어머니날이라고 보내준 꽃이란다.” 어제, 오늘 제 가게에서 있었던 일이랍니다.
딸아이가 꽃병과 함께 보내준 갓난아이 주먹만한 딸기에 초코렛을 입힌 딸기초코렛은 맛이 아주 독특했답니다. 어머니와 아버지, 장인 장모께 하나씩 맛보여 드렸답니다. “아이고, 오래 사니 손녀딸년이…. 고마워라…” 제 어머님께서 하신 말씀이랍니다.
그리고 오늘 저녁, 일을 마치고 돌아와 전화문안을 드리는 제게 어머니와 장모께서 한목소리로 하신 말씀이랍니다.
“아이고, 내가 혹여 못알아 볼까보아 어찌 그리 또박또박 한글로 예쁘게도 썻는지. 받침 하나 안틀리고…. 예쁘기도 해라…. 아, 글쎄 니 딸이 카드를 그렇게 보냈다니까…. 아이고 어찌 우리말을 그렇게 ….”
딸아이에게 고맙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한 이 저녁에 저보다 나이 많은 시인의 시를 고개 끄덕이며 읽는답니다. 강우식이라는 올해 일흔 다섯살인 시인이 쓴 시입니다.
딸아이에 보내는 감사로.
무릇 사랑이란 기억하는 사람의 몫이므로.
어머니는 시장에서 물감장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어머니는 물감장사를 한 것이 아닙니다
세상의 온갖 색깔이 다 모여 있는 물감상자를 앞에 놓고
진달래꽃빛 필요한 사람들에게는 진달래꽃물을 ,
연초록 잎새들 처럼 가슴에 싱그러운
그리움을 담고 싶은 이들에게는 초록꽃물을 ,
시집갈 나이의 처녀들에게는
쪽두리 모양의 노란 국화꽃물을 ,
꿈을 나눠 주듯이
물감봉지를 싸서 주었습니다
눈빛처럼 흰 맑고 고운 마음씨도
곁들여 주었습니다
어머니는 해종일 물감장사를 하다보면
콧물 마저도 무지개빛이 되는 많은 날들을
세상에서 제일 예쁜 색동저고리 입히는 마음으로
나를 키우기 위해 물감장사를 하였습니다
이제 어머니는 이 지상에 아니 계십니다
물감상자 속의 물감들이 놓아 주는
가장 아름다운 꽃길을 따라
저 세상으로 가셨습니다
나에게는
물감상자 하나만 남겨두고 떠났습니다
내가 어른이 되었을 때 어머니가 그러했듯이
아이들에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고운 색깔들만
가슴에 물들이라고
물감상자 하나만 남겨 두고 떠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