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땐 그 놀이가 정말 재밌었어요. 정말 시간 가는줄도 몰랐지요. 아버지에게 맨날 야단 맞으면서도 허구헌날 놀이를 그치지 않았었지요. 특히 겨울에 그 놀이재미란….”
충청도가 고향인 안주인이 들려주는 쥐불놀이 이야기는 족히 오십년 저쪽에서 있었던 일이랍니다. 반세기 전 일이지요.
안주인이 지핀 쥐불 이야기를 받아 전등조차 없던 그 시절 이른 밤에 있었던 추억들을 쏟아낸 이는 제 또래였는데 그 역시 고향이 충청도였답니다.
딱 두달 후면 미국 정부기관에서 은퇴하는 바깥주인 양반은 아직도 진한 경상도 사투리를 툭툭 던지며 마른 장작을 불위에 얹습니다.
사월의 마지막 밤, 가본 적없는 지중해 별장같은 느낌의 뒷뜰에서 70년대 서울의 노래들을 들으며 불놀이를 즐겼답니다.
활활 타오르는 불가에 둘어 앉었던 이들은 갓 칠순 은퇴후 새 삶 꾸리는 부산언니 내외, 이제 내외살이 살림줄일 생각에 젖은 한살 아래 대구 동생, 새 꿈에 젖어사는 이제 막 환갑줄인 충청도 내외…. 그리고 불꽃에 취해 철안드는 우리 내외…..
시간가는줄 몰랐답니다.
이 나이에 불놀이에 빠질줄이야….
초대해준 불놀이 소녀(였던…) 내외에게 감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