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력으로 고난주간입니다. 예수께서 그가 걸어온 3년 동안의 공생애를 마무리 지었던 마지막 한 주간입니다.
마가가 남긴 예수 이야기를 또 다시 곱씹어봅니다.
16장으로 이루어진 마가복음은 거의 1/3이 넘는 장수를 예수의 마지막 한 주간에 대한 이야기로 채우고 있습니다.
마가가 전하고 싶었던 예수의 모습은 바로 고난주간이라고 부르는 예수 생애 마지막 한주간 동안 보여준 예수의 모습이 아니었을까하는 생각을 갖게하는 까닭입니다.
마가가 전하는 예수 이야기는 다른 복음서들(마태, 누가, 요한)이 전하는 예수 이야기와 조금 다른 점들이 있습니다.
우선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시작이 틀립니다. 마태는 족보 이야기로, 누가는 예수 탄생 이야기로, 요한은 태초의 말씀 이야기로 시작을 하지만, 마가는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의 시작이라”이라며 그의 이야기를 “복음 이야기”로 규정 짓고 시작합니다.
마가는 예수가 3년 동안 갈릴리를 중심으로 행하였던 사역과 말씀, 그리고 예루살렘에서 보여주었던 행태를 통해 “복음(福音, Gospel)” 곧 기쁜소식을 전하려 했습니다.
마가 이야기의 클라이막스는 바로 고난주간을 전하는 부분이거니와 그 가운데서도 십자가에 달려 죽기 전날 겟세마네 동산에서 땀이 핏방울처럼 떨어지는 모습으로 드렸던 기도하는 장면이 아닐까합니다.
<말씀하시되 내 마음이 심히 고민하여 죽게 되었으니 너희는 여기 머물러 깨어 있으라 하시고 조금 나아가사 땅에 엎드리어 될 수 있는 대로 이 때가 자기에게서 지나가기를 구하여 이르시되 아빠 아버지여 아버지께는 모든 것이 가능하오니 이 잔을 내게서 옮기시옵소서 그러나 나의 원대로 마시옵고 아버지의 원대로 하옵소서 하시고 돌아오사 제자들이 자는 것을 보시고 베드로에게 말씀하시되 시몬아 자느냐 네가 한 시간도 깨어 있을 수 없더냐 시험에 들지 않게 깨어 있어 기도하라 마음에는 원이로되 육신이 약하도다 하시고 다시 나아가 동일한 말씀으로 기도하시고 다시 오사 보신즉 그들이 자니 이는 그들의 눈이 심히 피곤함이라 그들이 예수께 무엇으로 대답할 줄을 알지 못하더라 세 번째 오사 그들에게 이르시되 이제는 자고 쉬라 그만 되었다 때가 왔도다 보라 인자가 죄인의 손에 팔리느니라> – 마가복음 14 : 34 -41
그러나 그의 기도는 얼핏 헛되 보였습니다. 그 밤부터 시작하여 예수는 절대 고독을 맛보다 끝내 십자가에 달려 죽습니다.
그가 겪었던 육체적인 고통도 고통이려니와, 그를 따르던 제자들과 뭇 신자들, 환호하던 군중들로부터 버림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그를 고통 속으로 몰아 넣었던 것은 마지막 순간에 이르기까지 그의 기도에 응답하지 않았던 하나님이 아니었을까 합니다.
그렇게 예수는죽습니다.
그리고 마가는 마지막 순간까지 그래도 예수 곁을 떠나지 않았던 여인들조차 부활하신 예수를 무서워하며 도망하는 모습을 그리며 그의 이야기를 마칩니다.
<안식일이 지나매 막달라 마리아와 야고보의 어머니 마리아와 또 살로메가 가서 예수께 바르기 위하여 향품을 사다 두었다가 안식 후 첫날 매우 일찍이 해 돋을 때에 그 무덤으로 가며 서로 말하되 누가 우리를 위하여 무덤 문에서 돌을 굴려 주리요 하더니 눈을 들어본즉 벌써 돌이 굴려져 있는데 그 돌이 심히 크더라 무덤에 들어가서 흰 옷을 입은 한 청년이 우편에 앉은 것을 보고 놀라매 청년이 이르되 놀라지 말라 너희가 십자가에 못 박히신 나사렛 예수를 찾는구나 그가 살아나셨고 여기 계시지 아니하니라 보라 그를 두었던 곳이니라 가서 그의 제자들과 베드로에게 이르기를 예수께서 너희보다 먼저 갈릴리로 가시나니 전에 너희에게 말씀하신 대로 너희가 거기서 뵈오리라 하라 하는지라 여자들이 몹시 놀라 떨며 나와 무덤에서 도망하고 무서워하여 아무에게 아무 말도 하지 못하더라> – 마가복음 16장 1절 – 8절
*** 마가복음은 본래 16장 8절에서 끝났고 9절부터 20절 까지는 후대에 첨가했다는 널리 인정되는 설에 따라
마가 이야기는 이렇게 끝내도 예수를 통한 복음이야기는 오늘도 여전히 이어지거니와, 예수 이야기는 틀림없는 복음이야기라는 믿음의 고백이 유효할 수 있습니다.
예수는 오늘도 그를 버리고 그를 고통 속으로 몰아넣고, 그를 철저히 외면하는 갈릴리현장 바로 오늘 우리들의 삶의 현장에 먼저 오셔서 그의 사역을 계속하고 계신다는 믿음 때문입니다.
마가의 예수 이야기는 그렇게 모두가 “도망하고 무서워하여 아무에게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끝나지 않고 이어져 오고 있거니와, 이어져 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