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를…

넋두리 – 쓰기 싫었고 쓰기 힘들었던 글입니다. 세월호 참사 2주기를 맞으면서 지역 동포사회 교회들이 함께 기도할 있었으면 좋겠다는 제안이 있었고, 그런 소망을 교회에 전달해 보자는 의견이 필라세사모 모임에서 나왔었습니다. 그런 뜻을 교회에 전달하는 편지작성이 어찌어찌 몫이 되었습니다.

솔직히 벽에다 대고 이야기하는 기분이어서 힘들었습니다. 다만 하나님께서는 들어 주신다는 믿음과 한사람, 단  한 교회만이라도 함께 주었으면 하는 기도로 것입니다.


 

기도 부탁 드립니다.

우리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당하셨던 수난과 고난을 되새기는 기간에 귀 교회와 목사님께 기도해 주십사는 부탁의 말씀을 올립니다.

무엇보다 먼저, 수난과 고난을 딛고 새 하늘과 새 땅의 첫 징표를 보여주신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의 기쁨과 하나님의 은총이 목사님과 교회위에 충만하시기를 기도합니다.

저희는 필라델피아 인근에 살면서 두해 전 이맘 때 한국에서 일어났던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며, 그 유가족들을 위해 기도를 끊이지 않고 있는 필라세사모(‘세월호를 잊지 않는 필라델피아 사람들’의 약칭입니다.)에 속한 기독교인들입니다.

photo_2016-03-12_20-18-42세월호 참사와 유가족들에 대한 서로 다른 수많은 소문들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2년이라는 세월은 늘 오늘의 문제로 바쁜 사람들에게 잊기에 충분한 시간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한 것은  “아직도 아픔을 안고 울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저희들은 “아직도 아픔을 안고 울고 있는 사람들”을 향한 세상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기 보다는  <나는 전능하신 분께 말씀드리고 싶고, 하나님께 내 마음을 다 털어놓고 싶다.>고 한 욥의 고백처럼 지금 울고 있는 사람들을 향한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자 합니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저희들처럼 그저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던 사람들이었습니다. 두해 전 4월 16일 전혀 예기치 못했던 사고로 자식과 가족을 잃기 전까지 말입니다. 물론 사건과 사고로 인해 자식이나 가족을 잃은 사람들이 그들 뿐만이 아닙니다.

저희들은 지난 두해 동안 유가족들이 지내온 모습들을 통해 비슷한 경험을 했던 여느 사람들과 다른 모습들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그네들은 그들이 겪은 비극적 상황속에서도 하늘을 향해 주먹을 쳐들며 항거하거나 원망하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또한 그들은 자신들이 겪은 그리고 지속적으로 이어져가는 아픈 경험에도 불구하고 체념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이어지는 아픔속에서도 결코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들의 희망은 믿는 우리들에게 성서적 언어로 다가올 때가 있습니다.

<그의 눈에 보이는 대로 심판하지 아니하며 그의 귀에 들리는 대로 판단하지 아니하며, 공의로 가난한 자를 심판하며 정직으로 세상의 겸손한 자를 판단할 것이며 그의 입의 막대기로 세상을 치며 그의 입술의 기운으로 악인을 죽일 것이며,  공의로 그의 허리띠를 삼으며 성실로 그의 몸의 띠를 삼으리라.- 이사야 11:3-5>

< 하나님이 그들과 함께 계시리니 그들은 하나님의 백성이 되고 하나님은 친히 그들과 함께 계셔서    모든 눈물을 그 눈에서 닦아 주시니 다시는 사망이 없고 애통하는 것이나 곡하는 것이나 아픈 것이 다시 있지 아니하리니 처음 것들이 다 지나갔음이러라. – 계시록 21: 3-4>

바로 그들이 희망하는 세상의 모습입니다.

목사님과 교회가 드리는 기도와 행하시는 하나님의 사업들이 많고 소중함을 잘 알고 있는 저희들이 드리는 소망이 있습니다.

오는 4월 16일은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지 두해 째 되는 날입니다. 그리고 이튿날은 주일입니다.

원컨대 바로 그 주일(4/17)에 자식과 가족을 잃은 슬픔을 이어가지만,  하늘을 향한 원망이나 항거, 또는 삶의 체념 대신에 하나님의 나라에 대한 희망을 가지고 살아가는 세월호 유가족들을 위하여 귀 교회가 함께 기도해 주시길 바랍니다.

하나님의 나라에 대한 희망으로 지금 울고 있는 사람들 – 바로 세월호 유가족들 위해 기도해 주시길 바랍니다.

필라세사모 기독인들이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 세월호 사건 및 세월호 유가족들에 대한 소식을 원하시면 전화 000-000-0000, 또는 이메일 [email protected] 주시면 자료들을 보내 드립니다.

거한 생일상

냉이무침, 가지무침, 가지튀김, 사골 도가니탕, 녹두빈대떡, 아구찜, 마파두부, 깐풍기, 깐쇼새우, 유산슬, 난자완스 – 지난 주말에 제가 만들었던 요리들입니다. 요리의 완성도나 맛에 대한 평가는 접어 두고, 제 손으로 만든 음식들로 누군가를 대접했다는 사실만으로도 기분 좋은 주말이었답니다.

이따금 음식 만드는 일에 빠져 시간을 보내기 시작한 것은 한 오륙 년 전부터 입니다. 누가 시켜서는 아니고, 그저 제 스스로 내켜서 시작한 일이랍니다.

지난 주말에 식탁에 둘러 앉은 이들에게 한 오륙년 전에 제가 음식을 만들기 시작한 연유를 설명했더니, 그런 이유가 있었다는 것을 전혀 몰랐다며 웃음을 끊이지 않았던 사람들은 다름아닌 제 두아이들 이었답니다. 아들과 딸아이는 아마도 애비가 자기들을 위해서, 아니면 엄마를 위해서 음식을 시작한 일이거니 생각했던 모양입니다.

그렇게 깊은 뜻으로 시작한 일은 아니고, 입이 짧은 제 식성 때문이었답니다. 그렇다고 제가 아내가 차려준 밥상 앞에서 식투정이나 부리는 사내는 아니었답니다.

아마 그 무렵의 일이었을텐데 어머님께서 이따금 만들어 보내주시는 음식들에서 제가 어릴 적 느꼇던 어머니의 손맛을 느끼지 못하곤 하였답니다. 어머니께서 늙으신 탓도 있겠지만 제 입맛이 그만큼 변했던 것입니다. 그렇다고 아내의 손맛에 만족하기에는 제 입맛은 늘 까탈스러웠답니다.

그러다 “내 입맛에 맞는 음식을 내 스스로 만들어 보자”는 생각이 들었고, 그 생각을 실제 행동으로 옮겨 본것이 오늘에 이르른 것이랍니다.

제가 음식 만드는 일을 크게 고무시키고 새로운 음식에 대한 도전을 겁내지 않게 해 준 이들은 다름아닌 제 아내와 아이들이랍니다. 식구들이 던지는 “맛있다”는 한마디에  설거질도 당연한 일이 되곤 하였답니다.

그리고 한 달포 전 일이랍니다.

부모, 처부모를 비롯하여 누님댁, 여동생네, 조카들 등등 대가족이 가까이 모여 살고 있는 덕에 가족 대소사가 끊이지 않는 집안이랍니다. 이런 연유도 있거니와 제 별난 성격 탓도 한 몫하여 이제껏 제 생일상은 차려 본 적이 없답니다. 해마다 아내가 던지는 “어떻게?”하는 물음에 “그냥 넘어가!”하는게 제 대답이었답니다. 비록 환갑, 진갑 다 넘긴 나이지만 “아직 애인데… 무슨 생일상을…”하며 넘어가곤 했답니다.

그러다 달포 전에 제가 아내에게 던진 소리랍니다.

“생각해 봤는데….이번 내 생일은 내가 상차려서 부모님들과 함께 했으면 좋겠어. 어머니, 아버지가 우리나이로 모두 구순을 넘기셨고, 장인도 그만 하시고, 장모도 병 잘 이겨 내시고 있고…. 나도 이즈음엔 늙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있고….. 모두들 아직 건강할 때…. 내가 만든 음식으로 상 한번 차려서 보내는 것도 뜻이 있겠다 싶어서….”

IMG_4889a아내는 스스로에게 모험이 될 수도 있는 일이었건만 흔쾌히 동의를 해 주었답니다.

그래 토요일에는 처부모님과 다니시는 교회 목사님 내외분을 모시고 제 생일상을, 이튿날인 일요일에는 부모님들과 다니시는 교회 목사님들 내외분들을 모시고 제 생일상을, 그 다음날엔 형제들과 함께…. 그렇게 거한 생일을 보냈답니다.

이런 저런 뒷일들을 도와준 아들딸에게, 그리고 아내에게… 평소 교회도 잘 나가지 않는 저를 보시지 아니하시고 저희 가족들을 위해 귀한 시간 내주신 목사님들 내외분께 감사를…무엇보다 진짜 모처럼의 효도를 흡족하게 즐겨주신 부모님들께 감사를…

한 삼주 동안 독감으로 고생을 했었는데, 때 맞추어 감기도 떨어져 계획대로 좋은 시간을 보내게 해 주신 제가 믿는 신(神)에게도 감사를…

(딸아이가 일주일이 지나서야 보내준 사진들을 들여다보니, 부모님들이 아니라 제가 좋았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