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즈음 어린 아이들도 이 노래를 부르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저희 세대들이 초등학교에(당시는 국민학교) 입학하면서부터 입에 달고 부르던 노래가 있습니다.
<1. 새나라의 어린이는 일찍 일어납니다/ 잠꾸러기 없는 나라 우리나라 좋은나라/ 2. 새나라의 어린이는 서로서로 돕습니다/ 욕심쟁이 없는 나라 우리나라 좋은나라/ 3. 새나라의 어린이는 몸이 튼튼합니다/ 무럭무럭 크는 나라 우리나라 좋은나라>
윤석중 작사, 박태준 작곡의 ‘새 나라의 어린이’라는 노래입니다. 이 노래는 1945년 해방된 이후 처음 발간된 <어린이 신문> 첫면에 발표된 것입니다. 해방된 새 나라에 대한 소망은 바로 좋은 나라였습니다.
이 노래를 처음 불렀을 어린아이들은 이제 여든 나이에 접어 들었고, 60년대 초반 이 노래를 불렀던 제 또래들도 어느새 육십대 나이가 되었습니다.
이 세대들에게 ‘우리나라’는 ‘좋은 나라’이어야만 했습니다. 저라고 별반 다르지 않아서 ‘우리나라’는 ‘좋은 나라’라는 생각이 늘 앞서 있습니다.
제게 ‘우리나라’는 두개입니다. 하나는 내가 태어난 곳이자 제 인생의 절반을 보낸 나라 ‘대한민국’이고, 다른 하나는 내가 뼈를 묻을 곳이자 인생의 또 다른 절반을 보내고 있는 ‘미국’입니다.
저는 이 두개의 ‘우리나라’가 모두 ‘좋은 나라’라고 생각하며 살고 있거니와, 비록 부족한 부분들이 많더라도 ‘더 좋은 나라’가 되기를 소망하며 삽니다.
윤석중선생은 ‘좋은 나라’가 될 수 있는 덕목들로 <나라의 구성원들이 ‘자기 일에 충실하고’, ‘서로를 이해하고’, ‘자기 개인이나 자신이 속한 집단 이익에만 눈멀지 않고’, ‘몸과 마음이 건강해야’ 하는 것들>을 꼽고 있습니다. 보통 시민들이 지키며 살고자하는 평범한 덕목들입니다.
제가 보고 느끼기로는 대한민국이나 미국이나 이러한 평범한 덕목들을 지키며 살고자 하는 시민들이 다수를 차지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므로 ‘좋은 나라’가 될 개연은 매우 높은 것입니다.
이런 생각으로 사는 제게 제목이 <나쁜 나라>인 영화 포스터는 매우 불편하게 다가옵니다. 뭔가 잘못된 제목 같아서 입니다.
영화를 소개하는 글을 보니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이 사건 이후 지내온 1년 6개월의 세월을 다큐멘타리 형식으로 그려낸 작품이라고 합니다.
저는 세월호 유가족 육성 기록집인 <금요일엔 돌아오렴>이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세월호 참사로 자식을 가슴에 묻은 열 세명의 유가족들이 풀어내는 이야기들입니다. <자식을 잃은 충격으로 몸과 정신에 새겨진 깊은 상처들, 자식을 잃은 깊은 상처들, 자식을 잃은 슬픔을 넘은 지독한 그리움, 배신과 분노, 절망, 모욕, 또 다른 한편 도움을 준 사람들 그리고 깊은 깨달음> 등을 토해낸 기록입니다.
문제는 그들 대부분 유가족들이 저처럼 <우리나라는 좋은 나라>라고 생각하며 살았던 사람들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사건 이후 그들은 <더 이상 전과 같은 생활로 돌아 갈 수 없었다>고 합니다. 그들은 <먹고 사는 것 때문에 외면했던, 사회적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실은 자신의 모습이었다는 진실을 통렬히 깨달>았고, <평범한 자신들의 삶을 성찰 할 수 있게 되었다>고 고백합니다.
저는 <금요일엔 돌아오렴>이라는 책을 읽으며 역설적으로 대한민국은 여전히 ‘좋은 나라’라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있습니다. 바로 자식을 가슴에 묻고 <평범한 자신들의 삶을 성찰 할 수>있는 유가족들이 있기 때문에 말입니다.
다만 ‘좋은 나라’이고, ‘더 좋은 나라’이어야만 하는 대한민국이나 미국에 차고 넘쳐나는 것들이 있습니다. 그것은 ‘나쁜 권력’, ‘나쁜 정권’, ‘나쁜 언론’, ‘나쁜 종교’, ‘나쁜 자본’들입니다.
영화 <나쁜 나라>는 분명 ‘좋은 나라’이어야만하는 대한민국을 지칭한다기 보다 바로 이런 ‘나쁜 권력’, ‘나쁜 정권’, ‘나쁜 언론’, ‘나쁜 종교’, ‘나쁜 자본’에 대한 기록일 것입니다.
‘나쁜 권력’, ‘나쁜 정권’, ‘나쁜 언론’, ‘나쁜 종교’, ‘나쁜 자본’이 지속적으로 기승을 부리고 지배하는 사회는 아무리 <좋은 나라>를 지향한다하여도 종국에는 <나쁜 나라>가 될 수 밖에 없다는 경고도 있을 터입니다.
그리고 ‘나쁜 권력’, ‘나쁜 정권’, ‘나쁜 언론’, ‘나쁜 종교’, ‘나쁜 자본’을 선택하며 사는 사람들은 결국 <먹고 사는 것 때문에 외면하는 사회적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실은 자신의 모습>임을 깨닫지 못하는, <평범한 자신들의 삶을 성찰하>지 못하는 국민들일 것입니다.
진정 대한민국과 미국이 <좋은 나라>가 되기를 바라는 소망으로 뉴저지와 필라델피아에서 상영되는 영화 <나쁜 나라> 관람 안내를 드립니다.
1) 뉴저지 체리힐 지역
- 일시 : 2016년 3월 19일(토), 오후 7시 ~ 9시 30분
- 장소 : 열방교회(All Nation’s Church, 61 Cooper Rd, Voorhees, NJ 08043)
2) 필라델피아 지역
- 일시 : 2016년 3월 20일(일), 오후 5시 ~ 8시
- 장소 : PMCA (Phil-Mont Christian Academy, 35 Hillcrest Ave, Glenside 19038)
*** 입장료는 무료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