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전쟁과 광복 70년 (Pacific War and Postwar Korea) – 19
– 글쓴 이 : 김도원(金道元)
둘째 이야기 광복 70년 (光復七十年)
대행만능시대 (代行萬能時代)
대행(代行)은 누구를 대신하여 무엇을 행하는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 널리 쓰이고 있는 <대행>이라는 말의 뜻은 앞에 적은 <진짜와 가짜> 이야기 끝 부분에 나온 것처럼, 제물로 쓸 물건을 사다달라고 부탁받은 사람이 그 부탁을 한 사람의 심부름을 해준 것과 같은 정도의 뜻이 아니다. 어째서 그렇다는 것일까?
그 이유는 이렇다. 예를 들면, 광고대행사, 분양대행사, 마케팅대행사 등등 – 그냥 <심부름> 정도가 아니고, 하나의 기업(企業)을 이루고 있는 업체(業體)들도 수두룩하기 때문에 그렇다는 것이다.
그런 것은 생략하고, 다른 것에 관한 이야기 해보려고 한다.
언제부터인가 위에 적은 것 말고, 다른 종류의 대행업(代行業)을 하는 사람들도 있는 세상으로 변하고 있다. 그런 이야기 몇 가지를 적는다.
법화경(法華經)이라고 하는 불교의 경전(經典)에서 나온 것으로 알려져 있는 <생로병사(生老病死)>라는 말이 있다.
사람이 이 세상에 (1) 태어나고, (2) 늙고, (3) 병들고, (4) 죽는 것을 生老病死라고도 하는데, <죽음>과 같은 뜻의 말인 사(死), 사거(死去), 사망(死亡) 등에 쓰이는 <죽을 사(死)>자 이야기를 엮어 보기로 한다.
그런 이야기를 엮으려면, 적어도 한자(漢字)에 관한 것을 폭넓게 설명 해야 되겠지만, 이 글(책)을 엮는 목적이 그러한 것에 관한 긴 설명을 하려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런 이야기는 접어두로 지금 적고 있는 生老病死에 나온 글자인 <死>에 관한 것만를 간략하게 적는다.
<死>를 파자(破字)해보면, 즉 분해(分解)해보면 세 가지 요소(要素)로 이루어져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一 + 夕 + 匕 = 死
一(일)은 지평선(地平線, 또는 어떤 기준[基準])이다.
예를 들면, 위를 뜻하는 글자인 上 (ㅏ + ㅡ = 上)
아래를 뜻하는 글자인 下 (ㅡ + ㅏ = 下)
夕(석)은 저녁이다. 낮 시간의 활동이 끝나는 때다.
匕(비)는 숟가락의 모양을 본뜬 상형문자(象形文字)로, ’숟가락’을 뜻한다.
저녁(夕) 숟가락(匕)을 땅(一)에 묻어버려 밥을 먹을 수 없게 되었으니, 즉, 一 + 夕 + 匕 = 死(죽을 사)다.
엉터리 해석인가?
사람들 중엔 천수(天壽)를 다 누리지 못하고 일찍 세상을 떠나는 사람들도 있기는 하지만, 사람의 한평생을 말할 때, <生老病死>라는 말로 표현하기도 한다. 어찌 되었건, 그러한 것을 부정(否定)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멀쩡하던 사람이 물에 빠져 죽기도 하고, 예기치 못했던 화재 때문에 불에 타 죽는 사람도 있고, 자살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가 하면, 전쟁터에서 목숨을 잃는 사람들도 있고, 그 밖에도 사람이 세상을 떠나게 되는 이유가 여러가지임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사람이 목숨을 잃는 것에는 각양 각색 모습들이 있고, 아무도 그런 것을 예측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死>에 대한 설명에 나온 말처럼 사람이 <밥숟가락을 놓으면> 그 순간부터 그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다.
당연한 이야기를 괜히 적었나?
각설하고, 박정희 장군이 5.16 쿠데타를 일으켜 국가원수(國家元首)가 된 다음, 그는 다음과 같은 호칭으로 불린 적이 있다.
대통령권한대행 국가재건 최고회의의장 육군대장 박정희 (大統領權限代行 國家再建 最高會議議長 陸軍大將 朴正熙)
어마어마한 그 직함(職銜)엔 <代行>이라는 말이 들어 있다. <대행>이라는 이야기를 적으면서 해보는 말이다.
오늘날 <대행>과 관련된 한국의 실정(實情)은 어떠한가?
이미 앞에 적은 광고대행사나 분양대행사 등을 포함하여, 그 가지 수를 다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종류가 많다.
한데, 언제부터인가 제사 지내는 것도 대행하는 업체가 있다. 아무리 대행만능시대(代行萬能時代)로 변하고 있는 세상이라고는 하지만, 자기 조상 제사도 남이 대행해주는 세상이 되었다.
그런 제사상(祭祀床)을 받는 고인(故人)의 심정은 어떠할까?
그러한 대행제사(代行祭祀)보다, 고인이 살아있을 때 마음 편하게 해 주는 것이 낫지 않을까?
어느 텔레비전 연속방송극에 나온 대화(對話) 한 토막이 생각난다.
“있을 때 잘해, 살아있을 때 잘 하라는 말야,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