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 – 그래도 감사함에

어제 손님 가운데 올해 일흔 네살인 유태계 Rose할머니와 나눈 이야기랍니다. 은퇴 의사인 남편과 늘 함께 오시곤하는데 어제는 혼자였답니다. 성탄 인사로 이어진 그녀의 이야기였지요.

“나이따라 세월의 속도가 달라진다더니, 60 넘고서부터는 시간이 거의 100마일로 달려가는 것 같아. 그 속도 보다는 좀 느리지만 자꾸 몸도 줄어들고 말이야. 삼년전에 왼쪽 다리 수술하고는 한쪽이 짧아졌는데… 우스운 소리같지만, 오른쪽 다리로 서서 보는 세상과 왼쪽 다리로 서서 보는 세상이 그게 몇인치 차이뿐이지만 달라보여. 그래도 확실한 것은 하나 있지. 내가 지금 걸을 수 있다는 사실 말이야.”

몇 해전 까지만 하여도 하누카 인사를 내세운 고집스런 할머니와 성탄인사를 나누며 든 생각은 바로 세월이랍니다.

2015년을 뒤돌아보는 성탄 아침입니다.

이맘 때면 늘 그렇듯 아쉬움들이 먼저 다가옵니다. 올해 마무리 짓지 못하고 해를 넘기는 일들, 끝내 포기하고 만 일들을 따라 떠오르는 아쉬움들입니다.

그 아쉬움들을 감사함으로 덮을 수 있는 생각은 누가 무어라해도 신앙에서 오는 것입니다.

때론 아슬아슬한 느낌을 받을 때도 있었지만 네 분 노인들이 모두 올 한해를 무탈하게 지내신 것이 큰 감사입니다.

90대로 진입하신 두분(제 부모님), 90대를 코 앞에 두신 장인, 80대를 손에 잡으려는 장모 – 이렇게 네 분이랍니다.

Tom's beer1-12-24-15제일 막내격인 장모가 이즈음 재발한 암과 씨름 중이신데, 아주 밝게 잘 견디어 내시는 모습에 감사하답니다. Chemoembolization(색전술) 치료중이신데 함께하는 아내나 장모나 늘 밝은 모습이어서 감사의 크기가 큽니다.

모처럼 집에서 함께하는 아이들과 맛난 것 사먹으라고 쌈지돈 내미시는 제 부모님들에게 느끼는 감사의 크기 역시 그 못지 않답니다.

5주 동안 숙성시켜 어제 아침에 받아낸 맥주에 그야말로 한정판 레이블을 붙여서 성탄선물을 건네 준  Kennedy씨의 맥주는 오늘 저녁 아내와 아이들과 함께 할 만찬에서 나눌 요량이랍니다.

저 역시 100마일의 속도를 느끼는 세월이지만 오직 감사함으로.

2015년 성탄 아침에.

삶은…

뭐 고령 사회이니 아직 애 취급 받을 때도 종종 있지만 제 나이도 만만찮답니다. 이따금 죽음에 대한 준비를 해야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쓸데없다고 말할 나이가 아니랍니다. 평균 연령이 높다고 그게 제 껏은 아니니까요.

그렇게 2015년이 저물어가고, 오늘은 성탄전야입니다.

아기예수가 2000번 넘게 태어나 기리는 날입니다. 제가 말과 글을 배울 때 2000년이던 세월이 제 나이 예순 몇에도 이천년입니다.

예수는 여전히 태어나고, 살고, 죽고, 다시…

오늘의 뜻일겝니다.

돌아볼수록 올 한해가 그저 감사입니다.

감사 이전에, 늘 부글거리는 용암처럼 끓어오르는 화가 제 맘속에 가득했었답니다.

개인적으로는 연초에 계획했던 일들, 세상사로는 제 뜻과 어긋난 일들을 생각하면 그저 분이 차오를 뿐이랍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사뿐이랍니다.

허구한날 태어나 죽임을 당한 사람 같은 신, 신 같은 사람.

짧게 흥으로 살다간 끝내 신이 된 예수의 생일 전야이기 때문입니다.

90대, 80대에 이른 부모 앞에서 재롱 피어야하는 60대이어도 흥입니다.

무릇 삶이란…

자기가 옳다고 하는 것에 흥을 잃으면 뜻이 없기에.

그리고 역사란  그 뜻있는 사람들이 이어가는 것임으로.

이 밤은 그저 흥으로.

2015년 성탄에 …

‘정치적’이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아시안-아메리칸들의 표를 결집시켜 권리신장을 도모하기 위해, 아시안-아메리칸 정치참여단체인 <80-20>가 참여를 독려하는 메시지입니다. 번역하여 소개드립니다.

  1. 정치적인 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2.  왜 행동하는 것이 중요한지,  3.  선거와 투표가 왜 중요한지를 알려주는 글입니다.

비단 미국에 사는 소수계 이민집단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어디에 살건 “시민”으로 살아가는 권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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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려고만 한다면, 하기 매우 쉽다.

        아시안계가 기회 균등을 획득하는 3가지 쉬운 방법

(1) 미국에서 “정치적”이란 무엇인지 이해하기

미국에서는, 당파적 선거에 참여하는 것이 ‘정치적’ 인 것이다. 비영리 단체는 거기에 관여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다. 관여하면, 비영리 자격을 박탈당한다. 입법과정에 로비하는 것은 정치적인 것으로 고려될 수 있지만, 항상 그렇지만은 않다.

그에 반해서, 정부 혹은 정부 관리와 연관된 이슈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하는 것은 전혀 ‘정치적’인 것이 아니다. 그것은 시민과 미국 정부간의 대화에 불과할 뿐이다. 심지어 우리가 정부나 정부 관리를 부당하게 비판했을 때라도, 고의로 그리고 악의로 그릇된 정보를 밀어부치지 않는 한, 제 1차 헌법개정인 언론의 자유 규정에 의해 보호받는다.

미국에서 ‘정치적’ 이란 것의 정의를 이해하지 못하는 아시안계 박사, 교수, 중국인 교장과 교사, 전문가 조직 단체장, 기타 비영리 단체들이 매우 많다. 그들은 잘못 알고 있어서, 법무부가 시행한 중국계 미국인에 대한 명백한 프로화일링에 대한 자신의 견해 표명을 자제하였다.

그들은 틀렸다!!!!

우리의 권리를 위해 싸우는 우리 커뮤니티를 위한 강력한 지식인의 목소리가 되기보다는, 무지때문에 그들은 침묵했다. 그것이 바로 “’정치적’의 의미를 아는 것”이 우리 자신을 강력하게 만드는 3가지 쉬운 방법의 첫번째인 이유이다.

(2) 너무 소심하지 마라.

우리의 일시적이고 사소한 득실 대신에 우리 자녀들의 미래에 대해 보다 더 생각하라.

(3) 우리에게 선거가 중요하다는 것을 이해하고, 그것을 이용하라.

표를 구하는 후보자들이 공약을 내세울 것을 미국 정당은 권장한다. 종국적으로,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내는 것이 선거를 하는 한 가지 중요한 이유이다. 그래서, 모든 선거, 특히 대통령 선거는 아시안계 미국인들에게는 현재 우리의 불평등한 위치를 조금씩 개선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어떻게 약속을 얻어내는가? 정치인이 선거에 승리한 후에 우리에게 한 약속을 이행하게 만드는 방법이 무엇인가? 아주 복잡하다. 운좋게 우리의 정당한 이해를 위해 헌신하는 전문가 단체가 있다면, 그들에게 맡기는 것이 최선이다.

요컨대, 부동 집단 투표(swing bloc vote)가 공약을 얻어내는 최고의 유인책이다. 그 이유는 그것이 후보자를 가장 진하게 보상하거나 가장 심하게 벌주기 때문이다. 그것이 80-20가 양대 정당이 우리의 이해를 놓고 경쟁하게 유인하기 위하여 언제나 부동 집단 투표를 지지하는 이유이다.

어떤 질문을 할 지 누가 알겠는가? 누가 “부동 집단 투표(swing bloc vote)”를 전달해줄 수 있는가? 곰곰 생각해보라. 80-20 말고, 그 누가 능력과 경험을 갖추고 있는가?


So easy to do, if only you’ll do it.

        3 easy ways for AsAms to win equal opportunity

(1) Understanding what is “political” in the U.S.

   In the U.S., taking a part  in partisan elections is political.  Non-profit organizations are not permitted to engaged in it.  Otherwise their non-profit status will be taken away.  Lobbying in the legislative process could be considered as political but not always.

   In contrast, taking a position on an issue which involves government or government officials is NOT AT ALL political.  It is just conversations between citizens and the US government.  Even when we have criticized the government or officials wrongly, we are protected by the 1st amendment, freedom of speech, unless we knowingly and maliciously push the wrong information.

   There are so many AsAms Ph.Ds, professors, Chinese school principals and teachers, heads of professional organizations, and other nonprofit orgs. who don’t understand the U.S definition of political.  They refrained themselves from expressing their view on the apparent profiling of Chinese Ams by the Dept. of Justice, because of their mis-understanding.

    THEY ARE SO WRONG!!!!

    Instead of being a powerful educated voice for our community to fight for our rights, they silenced themselves because of their ignorance.  That is why “knowing the meaning of political” is the 1st of the 3 EASY WAYS to strengthen ourselves.

(2)  Be less timid.

Think more for our children’s future instead of our temporary & small gains and losses.

(3) Understand the importance of elections to us, and make use of them.

     Candidates seeking votes are encouraged by US political parties to make promises.  After all, finding out what people want is one important reason of holding elections.  Hence, every election, especially the presidential elections, is AsAms’ golden opportunity to chip away at our current UN-equal status.

     How to get the promises?  How to get the politicians to fulfill the promises to us after they are elected?  Very complicated.  Best leave it to the professionals, IF we are lucky enough to have such a group who are dedicated to our rightful interests.

   In essence, A swing bloc vote is the best inducement to get the promises, because it rewards the candidates most richly or punishes them the most severely.   That is who 80-20 has always advocated a swing bloc vote in order to induce both major political parties to complete to serve our interests.

    Who knows what questions to ask?  Who can deliver a “swing bloc vote”?   Search your mind.  Who else but 80-20 has the ability & experience?

대행만능시대 (代行萬能時代)

태평양전쟁과 광복 70년 (Pacific War and Postwar Korea) – 19

– 글쓴 이 : 김도원(金道元)

둘째 이야기    광복 70년 (光復七十年)

대행만능시대 (代行萬能時代)

대행(代行)은 누구를 대신하여 무엇을 행하는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 널리 쓰이고 있는 <대행>이라는 말의 뜻은 앞에 적은 <진짜와 가짜> 이야기 끝 부분에 나온 것처럼, 제물로 쓸 물건을 사다달라고 부탁받은 사람이 그 부탁을 한 사람의 심부름을 해준 것과 같은 정도의 뜻이 아니다.   어째서 그렇다는 것일까?

그 이유는 이렇다.   예를 들면,  광고대행사,  분양대행사,  마케팅대행사 등등 – 그냥 <심부름> 정도가 아니고, 하나의 기업(企業)을 이루고 있는 업체(業體)들도 수두룩하기 때문에 그렇다는 것이다.

그런 것은 생략하고, 다른 것에 관한 이야기 해보려고 한다.

언제부터인가 위에 적은 것 말고, 다른 종류의 대행업(代行業)을 하는 사람들도 있는 세상으로 변하고 있다. 그런 이야기 몇 가지를 적는다.

법화경(法華經)이라고 하는 불교의 경전(經典)에서 나온 것으로 알려져 있는 <생로병사(生老病死)>라는 말이 있다.

사람이 이 세상에 (1) 태어나고, (2) 늙고, (3) 병들고, (4) 죽는 것을   生老病死라고도 하는데, <죽음>과 같은 뜻의 말인 사(死), 사거(死去), 사망(死亡) 등에 쓰이는 <죽을 사(死)>자 이야기를 엮어 보기로 한다.

그런 이야기를 엮으려면, 적어도 한자(漢字)에 관한 것을 폭넓게 설명 해야 되겠지만, 이 글(책)을 엮는 목적이 그러한 것에 관한 긴 설명을 하려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런 이야기는 접어두로 지금 적고 있는 生老病死에 나온 글자인 <死>에 관한 것만를 간략하게 적는다.

<死>를 파자(破字)해보면, 즉 분해(分解)해보면 세 가지 요소(要素)로 이루어져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一 + 夕 + 匕 = 死

一(일)은 지평선(地平線, 또는 어떤 기준[基準])이다.

예를 들면, 위를 뜻하는 글자인 上   (ㅏ + ㅡ = 上)

아래를 뜻하는 글자인 下   (ㅡ + ㅏ = 下)

夕(석)은 저녁이다.   낮 시간의 활동이 끝나는 때다.

匕(비)는 숟가락의 모양을 본뜬 상형문자(象形文字)로, ’숟가락’을 뜻한다.

저녁(夕) 숟가락(匕)을 땅(一)에 묻어버려 밥을 먹을 수 없게 되었으니, 즉, 一 + 夕 + 匕 = 死(죽을 사)다.

엉터리 해석인가?

사람들 중엔 천수(天壽)를 다 누리지 못하고 일찍 세상을 떠나는 사람들도 있기는 하지만, 사람의 한평생을 말할 때, <生老病死>라는 말로  표현하기도 한다. 어찌 되었건, 그러한 것을 부정(否定)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멀쩡하던 사람이 물에 빠져 죽기도 하고, 예기치 못했던 화재 때문에 불에 타 죽는 사람도 있고,  자살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가 하면, 전쟁터에서 목숨을 잃는 사람들도 있고, 그 밖에도 사람이 세상을 떠나게 되는 이유가 여러가지임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사람이 목숨을 잃는 것에는 각양 각색 모습들이 있고, 아무도 그런 것을 예측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死>에 대한 설명에 나온 말처럼 사람이 <밥숟가락을 놓으면> 그 순간부터 그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다.

당연한 이야기를 괜히 적었나?

각설하고, 박정희 장군이 5.16 쿠데타를 일으켜 국가원수(國家元首)가 된 다음, 그는 다음과 같은 호칭으로 불린 적이 있다.

대통령권한대행 국가재건 최고회의의장 육군대장 박정희 (大統領權限代行 國家再建 最高會議議長 陸軍大將 朴正熙)

어마어마한 그 직함(職銜)엔 <代行>이라는 말이 들어 있다. <대행>이라는 이야기를 적으면서 해보는 말이다.

오늘날 <대행>과 관련된 한국의 실정(實情)은 어떠한가?

이미 앞에 적은 광고대행사나 분양대행사 등을 포함하여, 그 가지 수를 다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종류가 많다.

capture-20151210-174435한데, 언제부터인가 제사 지내는 것도 대행하는 업체가 있다. 아무리 대행만능시대(代行萬能時代)로 변하고 있는 세상이라고는 하지만, 자기 조상 제사도 남이 대행해주는 세상이 되었다.

그런 제사상(祭祀床)을 받는 고인(故人)의 심정은 어떠할까?

그러한 대행제사(代行祭祀)보다, 고인이 살아있을 때 마음 편하게 해 주는 것이 낫지 않을까?

어느 텔레비전 연속방송극에 나온 대화(對話) 한 토막이 생각난다.

“있을 때 잘해, 살아있을 때 잘 하라는 말야,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

진짜와 가짜

태평양전쟁과 광복 70년 (Pacific War and Postwar Korea) – 18

– 글쓴 이 : 김도원(金道元)

둘째 이야기    광복 70년 (光復七十年)

진짜와 가짜

8.15 광복 이후, 우리네 생활 주변에서 흔하게 쓰이고 있는 말 중에는  <진짜>와 <가짜>라는 말도 있다. 그렇다면, <진짜>는 무엇이고 <가짜>는 무엇인가?

  • <진(眞)짜>는 글짜 그대로 <참>이다. <거짓이 아닌 것>, 또는 <옳고 바름>이다.
  • <진(眞)짜>는 사실(事實)이나 진리(眞理)에 어긋남이 없는 것이다.
  • <가(假)짜>는 <진(眞)짜>의 반대(反對)말이다.
  • <가(假)짜>는 진짜처럼 꾸민 것 또는 진짜가 아닌 것이다.

사이비(似而非)라는 말도 있는데, <사이비>는 겉으로 보기에는 비슷한 듯하지만, 근본적(根本的)으로는 아주 다른 것이다.

어찌 되었건,  <사이비종교>라는 말도 있고 <사이비과학>이라 는 말도 쓰이고 있다.

진짜와 가짜라는 이야기를 엮어보려고 끄집어낸 말이다.

찰리 채플린 (Charlie Chaplin, 1889 ~ 1977 영국인, 희극배우, 영화감독, 제작자)은 1914년에 첫 영화를 발표한 이래 무성영화 (無聲映畵, silent film)와 유성영화(有聲映畵)를 넘나들면서  ‘가짜 목사 (The False Priest)’ 등 여러 가지 작품을 만들어낸 사람이다.

채플린그런 것뿐만 아니고 그는 콧수염, 실크모자, 모닝코트, 지팡이 등으로 분장(扮裝) 또는 위장(僞裝)한 그의 인상(印象)을 사람들에게 심어줌으로 세계적인 인기를 얻은 사람이며, 1975년에는 엘리자베스 여왕으로 부터 그의 공로를 인정받아 작위(爵位)를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에 관한 이야기 한 가지 적는다.

어느 날 찰리 채플린이 한 시골 마을을 지나고 있었는데,  그때 마침 그곳에서 <채플린 흉내내기 대회>가 열리고 있었다. 그것을 본 채플린은 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그 대회를 구경했다.

경연자(競演者)들은 모두 외모부터 진짜 채플린처럼 분장을 하고 나와서 채플린 특유의 몸짓과 말투를 흉내내고 있었다.  그것을 바라보고 있던 채플린은 자신의 신분을 감추고, 그 대회에 출전하여 자신이 평소에 하던 그대로 연기를 했는데, 채플린은 3등을 차지하게 되었다.

그 대회 출연자들 중엔, <진짜 채플린>보다 더 실감나게 연기를 한 <가짜 채플린>이 두 사람이나 더 있었던 것이다.

한데, 사실은 채플린 특유의 몸짓과 말투와 그의 처진 눈썹과 짧은  콧수염 등은 채플린의 원래 모습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의 본디 모습을 본 적이 없고, 콧수염 등으로 변장(變裝)한 얼굴과 특이(特異)한 그의 행동 등만 본 사람들에게는, 변장한 채플린의 얼굴과 말투와 행동 등이 그의 진짜 모습인 줄 알았을 것이다.

그렇게 꾸민 것이 아닌 그의 본얼굴은 그 당시의 꽃미남이라고 해도 될만큼 잘 생긴 민낯을 가진 인물로 알려져 있다.

찰리 채플린은 앞에 적은 것처럼 콧수염, 실크모자, 모닝코트, 지팡이 등으로 그의 인상(印象)을 사람들에게 심어주었기 때문에, 그러한  그의 독특(獨特)한 것들, 말하자면 꾸민 것들이 그를 상징(象徵)하는 특징(特徵)처럼 되어 있다.

그렇게 꾸민 채플린을 흉내내는 사람들도 있었다고 하는 것인데, 바꾸어 말하자면, 그것은 본 모습이 아닌 사람(채플린)을 흉내내는 사람들(가짜 채플린)도 있었다라는 이야기다.

이쯤에서 말머리를 돌려보기로 한다.

<5.16 쿠데타>에 관한 이야기를 적으면서, 맨 끝 부분에 나와 동갑인  몇 사람의 이름을 적었다.

한데, 희극배우 배삼룡(裵三龍)도 나와 동갑이다.   강원도 양구에서 태어난 배삼룡의 본명은 배창순이다. 춘천에서 보통학교(초등학교)를 졸업한 그는 일본에서 유학한 적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배삼룡광복 후 귀국하여 1946 유랑악극단 ‘민협’의 단원으로 지내게 된 그는 어정쩡한 그의 모습을 빗대어 극단 선배들이 <삼룡>이라는 이름을 붙여 주었다. 그때부터 그는 <배삼룡>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했다.

1969년 텔레비젼 MBC방송국이 개국되면서 그는 <웃으면 복이 와요>  등에 출연하여 우스운 짓이나 말로 남을 잘 웃기는 모습을 선보이며 그의 전성기(全盛期)를 달렸다. 그러한 배삼룡은 말을 더듬거나 바보스럽고 비실대는 행동을 했기 때문에 <비실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그는 무대생활만 한 것이 아니고, <형님먼저 아우먼저>, <출세작전>, <요절복통 007>, <아리송해>, <형사 배삼룡>, 등 희극영화에도 출연 하여 흥행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80년에 등장한 신군부(新軍部)의 “희극은 수준이 낮은 것이다” 라는 말을 듣게 되어 배삼룡은 무대를 떠나게 되었다. 그 후 음료사업을 시작했는데 뜻대로 되지 않았고, 미국으로 가서 얼마 동안 살다가 귀국했다.

1960 ~ 1970년대 서민들의 <삶의 애환(哀歡)>을 웃음으로 달래주었고, 그의 얼굴만 봐도 웃음이 절로 나오게 했던 배삼룡을 가르켜 말할 때,  <비실이 배삼룡>이라고 하거나 <바보 배삼룡>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러한 배삼룡은 그 당시 많은 사람들에게 웃음을 나누어 주었다. 그러했던 배삼룡은 여러 해 동안 병석에서 투병생활(鬪病生活)을 하다 가 2010년 2월 23일 서울아산병원에서 항년 84세를 일기(一期)로 이 세상을 떠났다.  한편, 서민들에게 큰 웃음을 남기고 간 희극배우 배삼룡은 2003년 제10회 대한민국 연예예술대상 문화훈장을 수상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진짜와 가짜>라는 제목으로 시작한 이야기가 <가짜 콧수염>을 달고 <가짜 행동> 등으로 사람들을 웃긴 찰리 채플린과 <비실이>와 <바보>가 대명사(代名詞)처럼 되어버린 배삼룡에 관한 이야기까지 나왔다.

채플린이 콧수염 등으로 가장(假裝)을 했던 것처럼, 배삼룡의 바보짓도 그가 진짜 바보였기 때문에 그러한 모습을 사람들에게 보여주었던 것은 아니었다.

앞에서 <박사와 장군>이라는 이야기를 적으면서 “지금은 가짜 박사도 있는 세상이다.”라는 말을 적었는데, 오늘날엔 <가짜>가 <진짜>를 뺨칠 정도로 세상이 변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8.15 광복 이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진짜>라는 말과 <가짜>라는 말도사람들 입에 자주 오르내리는 말 중에 하나다.”라는 생각을 해보면서 적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무슨 가짜가 있다는 말인가?

살펴보기로 한다.

6.25전쟁 때, 전선(戰線)을 누비며 적군(敵軍)과 싸우다 전장(戰場)의 이슬로 사라져 목숨을 잃게 된 젊은이들도 있고, 나처럼 사지(四肢)가 멀쩡하던 사람이 적탄(敵彈)을 맞고 정상적(正常的)인 몸을 가질 수 없게 된 사람들도 생겼다. 달리 말하자면, <전사자(戰死者)>들도 많았고, <상이군인(傷痍軍人)> 이라고 불리게 된 사람들도 생겼다는 이야기다.

그러한 <전상자>들을 <상이군인>이라고도 하는데, <가짜 상이군인> 이라는 말도 쓰이고 있었다는 것을 생각해 본다.  가짜 상이군인 뿐만 있었던 것이 아니었다.

다음과 같은 말도 쓰이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는 세상으로 변하고 있다.

가짜 목사,  가짜 박사,  가짜 의사,  가짜 형사, 가짜 기자,  가짜 학력.  가짜 문서,  가짜 화폐,  가짜 이력서,   가짜 자동차 번호판, 가짜 양주(洋酒),   가짜 한우(韓牛), 가짜 고추가루,   가짜 콩나물,  가짜 참기름, 등등 …

서울 남대문시장에 있는 어느 참기름가게 앞에 다음과 같은 말이 적힌 간판이 붙어 있다고 한다.   “정말 순 진짜 참 기름만 팝니다.”

<깨>는 <참깨>도 있고 <들깨>도 있다.   그러므로 참깨로 짠 기름은 참기름이고, 들깨로 짠 기름은 들기름이다.

한데 어찌 된 것인지, <참기름>이라는 말 자체(自體)에 <참>이 들어  있는데도 불구하고, 무엇이 부족하여 수식어(修飾語)를 더 붙인 것일까?   같은 내용의 수식어를 세(3)개씩이나 덧붙인 것이다.  얼마나 <가짜>가 많으면, 그런 간판도 생겼을까?  ‘가짜가 많은 세상이라는 것을 새삼스럽게 말할 필요가 있겠는가?’라는 말이다.

<거의 같다>라는 뜻으로 쓰이는 <비슷하다>라는 말이 있다.

예를 들면, XXX와 비슷한 사람, 또는 이것과 저것은 모양이 비슷하다. 하지만, 엄밀(嚴密)하게 따져보면, <거의 같다>는 것이나 <비슷하다> 라는 말은 <조금도 틀림이 없이 같은 것이다>라는 뜻은 아니다.

<거의 같다>라는 것은 <조금도 틀림이 없이 같은 것>과는 그 말의 뜻이  다르기 때문이다.

구한말(舊韓末)의 정치가이며 독립운동가인 월남 이상재(月南 李商在) 님의 일화(逸話) 하나를 이 글에 옮겨 적는다.  그는 어느 강연장에서 청중들에게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고 한다.

이상재

옛날에 어떤 사람이 자기 아버지 제삿날이 다가와서 제사에 쓸 제물을 사러 장엘 가려고 하는데, 마침 그의 친구 한 사람이 자기도 장엘 간다 고 하기에, 그 친구에게 제물로 쓸 물건을 사다달라고 부탁했다.

그 친구는 무엇을 사오면 되겠느냐고 부탁한 사람에게 물었더니, 그 사람이 대답하기를 “고기 같은 것 한 근과 사과 같은 것과 배 같은 것 몇 개씩 하고, 북어 같은 것도 좀 사고 ……… ” 그런데 그 때 묵묵히 강연을 듣고 있던 청중들이 일제히 폭소를 터뜨리며 크게 웃었다.

바로 그때, 이상재님은 주먹으로 탁자를 치면서 청중을 향해 말했다.

“여러분! 무엇이 그렇게 우습단 말입니까?   사과면 사과, 배면 배지 거기에 웬 <같은>이라는 말이 붙느냐?  정말 우스운 사람도 다 보겠군.  그래서 웃어댄 것이 아닙니까?   그러나 절대로 웃을 일이 아닙니다. 우리 다같이 한 번 생각해봅시다.   각자 나는 지금까지 과연 안팍이 모두 진실된 사람이었나, 아니면 겉과 속이 다르지 않았나 한 번 살펴 보자는 것입니다.  사람은 사람이어야 합니다.  결코 사람 같은 사람이 되어서는 아니 됩니다.   사람답게 살도록 모두 노력해야 합니다.”            그 말을 듣고 있던 사람들은 모두들 고개를 숙였고, 그 강연장의 분위 기는 어느새 조용하고 숙연해졌다고 한다.

월남 이상재님이 청중들에게 던진 그 말씀은 오늘날을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들에게도 주는 경구(警句)라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