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전쟁과 광복 70년 (Pacific War and Postwar Korea) – 11
– 글쓴 이 : 김도원(金道元)
둘째 이야기 광복 70년 (光復七十年)
8.15 단상(斷想) 5 – <공약(公約)>, <공약(空約)> 그리고 끝없는 갈등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 1945년 10월 16일, 미국에서 귀국한 이승만은 다음 날 저녁 8시 30분 서울 중앙방송국의 전파를 통해 첫 연설 방송을 했는데, “나를 따르시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습니다.”라고 말했다.
광복 70년을 뒤돌아보며, 여러 가지 면으로 생각나게 하는 말이다.
<못살겠다 갈아보자> <갈아봤자 별 수 없다>, <구관(舊官)이 명관(名官)이다> <싱겁다 신익희(申翼熙) 장난 마라 장면(張勉)>
위에 나온 표어(標語) 중 <못살겠다 갈아보자>는 1956년 5월 15일 제3대 대통령과 부통령 선거를 앞 두고 민주당 (대통령 후보 신익희[申翼熙], 부통령 후보 장면[張勉])이 내놓은 선거 표어고, <갈아봤자 별 수 없다 ……… 장난 마라 장면[張勉]>은 민주당이 내놓 은 표어를 반박(反駁)하는 자유당의 선거표어였다.
<구악(舊惡)을 일소(一掃)하고 …… >
이것은 앞에 이미 적은 것처럼 1961년 5월 16일, 박정희(朴正熙) 육군소장을 중심으로 일단(一團)의 청년장교들이, 4.19의거 이후의 정치적, 사회적 혼란을 수습한다는 명목 아래 일으킨 쿠데타의 이념과 성격을 밝힌 6개 항의 혁명공약(革命公約) 중, 한 부분이다.
혁명공약 전문(全文)은 다음과 같다.
- 반공을 국시의 제일의로 삼고 지금까지 형식적이고 구호에만 그친 반공태세를 재정비 강화한다.
- 유엔헌장을 준수하고 국제협약을 충실히 이행할 것이며 미국을 위시한 자유 우방과 유대를 더욱 공고히 한다.
- 이 나라 사회(社會)의 모든 부패(腐敗)와 구악(舊惡)을 일소 (一掃)하고 퇴폐한 국민(國民)의 도의(道義)와 민족정기(民族正氣)를 다시 바로잡기 위하여 청신(淸新)한 기풍(氣風)을 진작(振作)시킨다.
- 절망과 기아선상에서 허덕이는 민생고를 시급히 해결하고 국가 자주경제 재건에 총력을 경주한다.
- 민족의 숙원인 국토통일을 위해 공산주의와 대결할 수 있는 실력 배양에 전력을 집중한다.
- 이와 같은 우리의 과업이 성취되면 참신하고도 양심적인 정치인들에게 언제든지 정권을 이양하고 우리들은 본연의 임무에 복귀할 준비를 갖춘다.
한데, 그러한 <공약(公約)>이 <공약(空約)>으로 변했다. 그런 것 뿐만 아니다. <구악(舊惡)> 대신 <신악(新惡)>이 생겼는데, 신악의 위세(威勢)는 구악을 뺨칠 정도였다.
영화 이야기 하나 더 하며 <8.15 – 단상>을 마치고, <권불십년>이라는 이야기로 넘어간다. 지난 글에서 소개한 영화 <자유부인>의 감독인 한형모가 만든 영화로 ‘성벽을 뚫고’라는 것이 있다. 1948년에 일어난 여순반란사건(麗順叛亂事件)을 배경으로 한 민족분단 의 비극을 그린 1949년에 나온 작품이다. 영어로는 [Breaking the Wall] 이라고 하는데 한국에서 만들어진 최초의 반공영화로 알려져 있는 작품이다.
이념(理念)의 갈등(葛藤) 때문에 생긴 한 가족의 불행한 비극(悲劇)을 그려낸 그 작품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집길과 영팔은 대학 동기동창이자 처남매부 간이다. 그러나 매부 영팔은 공산주의자이고, 처남 집길은 육군 소위이다. 이에 매부는 처남을 매수하려 하고, 처남은 매부를 설득하려 한다. 그런 가운데 여순반란사건이 일어나 이들은 숙명적으로 맞서야 하는 운명에 놓이게 된다. 처남은 다시 매부를 설득하려 하지만, 매부는 처남의 가슴에 총을 겨누고 처남도 하는 수 없이 방아쇠를 당긴다.
광복 70년을 맞는 오늘날까지 이 영화적 상황은 변하지 않은 것 같다.